03. 어드벤처 in 베트남 - 하노이 골목따라
- 지난 줄거리 -
이래저래 해서 베트남에 가는데...
1. 출국
10시 40분 비행기였던 우리의 제주항공은...지연에 지연을 거듭해 1시가 다 돼 출발했다. 이미 8시에 수속을 마친 나는 무려 5시간을 공항에서 지낸 것.
리무진 버스가 내려준 인천국제공항 3층으로 들어가니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이 눈 앞에 있었다. 제주항공 티켓수속처며, 환전을 위한 우리은행, 자동출입국심사 등록처까지.
특히 내 앞 타임에 비행기가 있던 탓인지 제주항공에 줄이 엄청 길었는데 미리 모바일 앱에서 온라인 탑승권 신청을 한 덕에 대기 없이 바로 발권을 받았다.
문제는 출발 지연.
제주항공에서 준 만 원짜리 식권을 받아 밥을 사 먹고 공항 한구석에서 이것저것 하며 시간을 보냈다. 출국 수속을 하고 들어가면, 전기와 USB는 기본적으로 쓸 수 있게 좌석이 갖춰져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래서 라운지 카드를 발급받는 거구나'라는 생각도 슬며시 들었다.
제주항공의 지연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주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탑승시간이 임박해 홀로 헤매다 나에게 다가와 자연스럽게 중국어로 말을 건 할머니. 나도 자연스럽게 응대해줬다. 탑승구가 바뀐 중급 난이도였지만 신속 정확하게 답변을 할 수 있었다. 할머니가 말을 건 사실은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전에 중국에서 지낼 때도 몇 번 그랬지만... 사람들이 나를 자꾸 중국사람 취급하더라. '아시아는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그런 순간이었다.
베트남에서는 아직 중국어로 말을 건 사람이 없었지만, 베트남 사람들 중 특히 여성들이 얼굴만 보면 꽤 한국사람 같아서 '역시 아시아는 하나'라는 생각에 확신을 더했다.
다시 비행기로 돌아와서.
제주항공 좌석은 우려만큼 좁지는 않았다. 앞뒤 간격이 내 다리와 딱 맞는 정도였다(내 키는 187cm). 내 앞사람은 의자를 뒤로 젖히지 못해서 불편했겠지만, 난 무사히 비행에 성공했다. 오래 앉아 있어서 다리를 뻗고 싶었던 문제는 복도 쪽으로 다리를 폈다 접었다 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큰 산을 넘은 기분이다.
호텔로 돌아와 브런치를 쓰는 지금도 딱 하나 아쉬운 건 '마사지 공 가지고 올 걸' 정도다. 앉은 채로 허벅지 아래에 공 넣고 굴려주면 아주 시원할 텐데 지금 깝깝하다.
5시간 비행이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을 잘 갔다. 그러고 보면 공항에서나 비행기에서나 거의 10시간 동안 무언가 쓰다가 읽다가 자다가 먹다가 하며 시간을 보낸 셈인데, 힘들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혼자 긴 시간을 보내니 후련한 기분이다.
비행기가 많이 지연된 탓에 오늘 계획했던 일정 중 일부는 소화하지 못했다. 그래도 잠시나마 거리를 돌아다니며 하노이의 분위기는 어느 정도 파악한 것 같다.
아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도착해서 나오면 바로 옆으로 환전센터와 유심칩 구입처가 보인다. 환전센터는 두 곳이 있는데 환율이 같고 유심칩은 원래 가격을 알고 있어서 바로 구입했다. 다만 유심칩 구입을 하러 가면 로컬콜(통화)이 포함된 칩을 권한다. 가격은 5만 동(우리 돈 2500원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긴 하지만 나는 "아이 돈 워너 로컬콜, 온리 데이터"라고 말하고 데이터 사용만 하는 유심칩을 선택했다.
원 계획.
공항 -(미니버스 이동) - 호텔 - 성요셉성당 - 인티멕스 마트 - 짱띠엔 백화점 - 동쑤언시장 - 야시장 - 맥주거리
실제 이동
공항 - (미니버스 이동) - 호텔 - 성요셉성당(시간이 늦어 입장은 못함) - 인티멕스 마트 - 기타 골목 산책 - 맥주거리
보고 겪은 것들은 사진으로 대신한다.
- 내일은 드디어 호찌민 묘소를 비롯해 박물관 투어를 할 예정입니다. 내일 또 소식 전할 수 있게 되길. 아참, 날씨는 생각보다 쌀쌀. 낮은 아직 경험을 못해봐서 모르겠는데 밤에는 긴 팔 입어야 할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