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텍스트어드벤처 15
처음 키웠던 강아지는 똥개였다. 초등학교 3,4학년쯤이었다. 어디에서 데려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연립주택에 살 때라 건물에 사는 여섯일곱 가구가 드나드는 대문의 작은 공간에 묶어두고 키웠다. 처음 아주 작은 강아지일 때는 잠깐 집안에서 키웠던 것도 같다. 이름은 곰돌이었다. 어떤 종에 가까운 지는 아직도 모르겠으나 곰돌이처럼 생겨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황갈색 털이 차우차우처럼 몸을 뒤덮고 있었는데 얼굴은 전혀 달랐다.
어쨌거나 그때는 상관도 관심도 없었다. 마냥 좋았다. 곰돌이의 특기는 어디서든 나를 보면 온몸의 털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것이었다. 달리는 모습이 기분 좋았다. 아마 그래서였는지, 공 같은 걸 던지면 물어오는 훈련을 하고 싶었지만 조금의 가능성도 없이 실패했다. 너는 던지거라, 난 뛴다, 의 태도를 유지했다.
곰돌이는 그 흔한 '손'은 물론이고, '앉아', '기다려' 이런 건 물론이거니와 배변부터 먹는 것까지 전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 똥개였다. 그냥 딱 하나, 나를 보면 달려오는 것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했다.
그날은 친구 몇 명과 학교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했다. 의기양양하게 곰돌이를 데리고 갔다. 운동장 저 끝에서도 내가 부르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친구들 앞에서 유일한 장기를 몇 차례 선보이고는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시절에는 왜 목줄을 매고 다니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동네길이긴 했지만 한쪽으로 차들이 주차돼있고 큰 도로로 나갈 수 있는 곳이어서 차들이 제법 속도를 냈던 길이다. 길 한편에 쓰레기들이 쌓여있었고 곰돌이는 자연스럽게 냄새를 따라 그곳으로 갔다. 마침 차가 한쪽에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차가 오는 소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조심하라고 불렀는지는 모르겠다. 나와 눈이 마주친 곰돌이가 나를 향해 골목을 가로질러 달렸다. 아직도 그때 상황이 영화 속 장면처럼 플레이될 때가 있다. 곰돌이는 무사히 내 품에 안기긴 했다. 달려오던 차 앞으로 자신만만하게 달리던 그 모습이 가끔 떠오른다.
놀라서 곰돌이를 안고 집에 오면서 울었다. 말 못 하는 짐생이라 얼마나 답답하고 야속한지.
곰돌이는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래 봤자 2년 정도 같이 지냈을까. 몸이 커지면서 우리 건물에 살던 어떤 가족과의 트러블로 집을 떠나게 됐다. 그땐 어려서, 어디로 보냈다, 는 부모님 말에 그냥 고개를 주억거리고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에 갔을 때쯤인가 하얀 말티즈인지 몰티즈인지를 한 마리 분양받았다. 예롱이라는 이름이었다. 순정 말티즈 혈통인 아롱이랑 다롱이가 낳아서였는지, 세 마리를 낳았는데 나머지 애들이 아롱이, 초롱이여서 그랬는지, 예롱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곰돌이를 키우던 그 집이었기 때문에 예롱이는 철저하게 집안에서 키웠다. 아버지가 동물을 집에 들이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지만, 곰돌이 사건 때문에 예롱이는 실내견이 됐다. 생각해보니 이 아이도 특별한 재주는 없었던 것 같다. 곰돌이만큼 좋아했는데, 이렇다 할 특징도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 집에서의 마지막 날 밤만 기억난다. 아마 장염인지, 계속 설사를 하는 하는 병에 걸렸다. 며칠을 끙끙대고 병원을 오가고 했는데,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학원에 다녀온 늦은 저녁에 보니, 예롱이가 옆으로 누워서 허공에 발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갈 때가 됐나 보다,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도 어떤 생명이 꺼지는 모습을 보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지만 느껴졌다. 그날 자면서부터 울었던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예롱이는 죽어있었다. 동물병원 의사는, 개가 집안에만 있어서 면역력이 너무 약했던 것 같다, 는 설명을 했다. 이때 정말 소나기 퍼붓듯이 줄기차게 울어댔다.
그래서인지 부모님은 말티즈 새끼 강아지를 다시 분양받아왔다. 이름은 지어줬나 모르겠다. 그 강아지도 집에 오자마자 또 같은 증세를 보였다.
세 번째는 시추였다. 놀랍게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엄청 먹성이 좋아서 밥그릇에 사료를 붓는 동시에 해치웠던 아이였다. 현관문이 열렸을 때 집 밖으로 두 번 나갔다. 결국 두 번째에 다시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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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보니 생각보다 글이 길어져 두 편으로 쪼갭니다.
뒷 이야기가 보고 싶으시면, 2편 냐옹이와 나를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