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의 반복, 그것이 파리 첫인상
파리라는 도시에 판타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처음부터 파리보단 런던을 좋아했다.
20대 초반 첫 유럽여행을 왔을 때의 인상도
예쁜 얼굴 뒤에 숨겨진 냄새와 더러움이 컸던 것 같다.
그리고 영국에서 유학생활 하면서는
영국 행정이 엉망이지만 프랑스는 더하다더라,
영국은 친절하기라도 하지 프랑스는 싸가지도 없다더라 하는 흉흉한 이야기까지 더해져서
정말이지 남편이 아니었다면
자진해서 파리에서 살게 될 일은 없었을 텐데!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라고 했었지..
파리에서 10년을 살았던 남편은
내가 도착하자마자 조심할 것부터 알려줬다.
동양 여자는 쉬운 타깃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게 보이도록 인상을 쓰고 다닐 것(?),
지하철역에서 선로에 너무 가까이 서 있다가는
웬 미친놈이 갑자기 밀쳐버릴 수도 있으니
벽 쪽으로 서 있을 것(??),
구걸하는 사람이나 잡상인이
세 번 이상 거절하면서 지나가는데도 잡으면서 따라오면
거시기를 차버려도 된다는 것(???) 등등
상상초월의 생활상식 들이었다.
물론 관광객 많은 동네나 부자동네는 괜찮겠지만
우리가 사는 파리 20구는
힙함과 험함을 넘나드는 동네여서 더 그랬던 거 같다.
그렇게 겁을 잔뜩 줬지만
남편 쉬는 날 함께 돌아다닌 파리는 낭만 그 자체였다.
영국과는 다른 아기자기한 공원에 초록 벤치에
통일된 양식의 미색 건물에
때때로 모습을 드러내는 에펠탑이나 노트르담 성당, 판테온 등등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득했고
식사를 주문할 때도, 행정 처리를 할 때도
프랑스어 통하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기까지 한 파리였는데..
혼자 보낸 첫날은
왠지 누군가 쫓아와서 가방을 채갈 거 같고
영어 통하는 식당도 있는데 왠지 프랑스어로 해야 할 거 같아 주눅 들어 더듬거리면 종업원이 또 괜히 까칠해지는 느낌이고
날씨까지 흐려서 더더욱 다운되는 기분이었다.
일단 첫 주를 보내고의 결론은
얼른 프랑스어를 배워야겠다는 것.
그리고 익숙해질 때까지는
관광객들 많은 곳에서, 영어 잘 통하는 곳에서
가끔 기분전환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것.
일주일 지나고 시차도 적응되고
다음 주부터는 프랑스어 수업도 있으니
점점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