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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백 있는 삶 Sep 15. 2023

그냥 나

연기가 아닌, 그 자체가 되는 배우가 제일 매력적이다.

퇴근하고 밥 먹고 나서 뻗었다. 그리고 나서 12시 쯤에 깼다. 방 좀 정리하고 사소하게 할 것 하나 끝내고 나니, 글 쓰고 싶은 게 조금 생각 났다.

나는 임관을 위한 14주 동안의 기간이 꽤 힘들었다. 왜 힘들었을까. 본질은, 14주 동안의 기간에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내가 매력이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행동, 발언 하나 마다 인간관계에 부정적인 파급을 느끼며 생각이 점점 꼬이는 듯했다. 점점 위축 됐고, 남의 사소한 행동에 큰 신경을 썼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의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정말 고맙다. 아무튼,

내가 좋아할 만한 사람이 맞나?
내가 하는 이 말과 행동이 잘 하는 게 맞나?  등의 생각들을 당시에 꽤나 했다.

먹태

이런 생각들은 대학생활 중간이 넘어가고 나서부턴 해본 기억이 없다. 내가 얼굴을 비춘 곳의 대부분이 나를 환영해주었고, 낯선 곳의 낯선 사람들도 나와 친해지기에 거리낌이 없어보였다. 당시 나는 이게 당연했던 것 같다. 나 스스로도 내가 그만큼 매력 있다는 것, 처신을 잘 한다는 것에 꽤나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기까지 정말 애를 많이 쓰긴 했다. 그만큼 흑역사나 시행착오도 많았다.

임관을 하고, 3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직장에서 열심히 적응하고 있고, 일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하고 있다. 위에 적은 훈련 받는 당시 수백 번은 넘게 한 질문들, 이제는 나름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파리

내가 좋다고 느낄 사람은 알아서 좋아할 거고 아니면 마는 거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그 당시 내 앞의 사람이 틀렸다고 느꼈고 정말 틀렸더라도, 원래 내가 가진 색깔대로 살아가면 만회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아차,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그 순간에 뭔가 더 할 필요 없다. 그냥 하던대로 하면 된다. 그래도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만회할 일이 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다. 세상에 사람 정말 많은데, 나와 연이 닿은 모두가 나를 제대로 봐줄 순 없다. 또 똑바로 보더라도 내가 싫을 수도 있다.

나는 사람 사이에서 적당히 실수하고, 적당히 깨지고, 적당한 사과와 반성을 하며 나아질 사람이니까. 내가 가진 결 그대로, 그냥 살면 된다. 복잡하게 생각 할 필요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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