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백 있는 삶 Sep 13. 2023

생각이 너무나도 많은 나에게

단순함의 힘

나는 어느 곳에서든 생각이 참 많다. 머리 속이 복잡하게 돌아간다. 태생이 그런 기질이다. 우리 집안 식구가 모두 매우 인정한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누군가가 한 시간 동안 머리 속에 입력되는 값의 용량이 10mb 정도라면, 마찬가지 상황일 때 나는 대략 10gb 정도의 용량이 내 머리속에 들이차는 것 같다.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귀에 들린다. 이게 장점만 될 것처럼 보이겠지만, 단점이 꽤나 크다.


나 같은 성격은 그 사람의 그때 그 심리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그 사람의 맥락에서 그 사람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를 이해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나와 무거운 대화를 해본 적이 있는 이들은 또다시 나와 그런 류의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나로부터 꽤나 힘을 많이 받아간다. 또 나한테서 힘을 받아가는 것을 보며 나도 힘이 나곤 한다. -외에도 여럿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를 적기 위한 글이 아니기에 이만 줄이겠다.

양양 황토팬션 근처

하지만 단점은 내가 괴롭다는 거다. 한창 자신만만할 때에는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 나에게 장점만이 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단순한 이들이었으면 기억 속에서 사라질만한 일들을, 나는 두고두고 곱씹는다. 두고두고 반성한다. 반성 속에서 발전이 있다는 면에서 마냥 안 좋기만 한 건 아니지만, 이게 꽤 고통이다.


또 생각이 많다보니, 일단 무작정 해보는 게 잘 안 된다. 그 길의 현실과 어려움이 눈에 훤히 보여서 '과연 될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 차 결국은 실행이 잘 안 된다. 단순한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서, 일단 하다보니 뭐가 얻어걸려(나쁘게 꼬는 말이 아니다) 잘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걸 보면 단순한게 큰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가혹해진다. 첫번째로 적은 단점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내 주변의 단순한 이를 보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며 쉽게 만족한다. 일반적인 이들의 시선에서 보았을 땐, 썩 만족할만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준이더라도 이 사람은 그까지 고려하지 않는다. 단순하게 본인의 생각에 만족스럽다고 느낀다면, 그럼 된 거다. 어떻게 보면 자기합리화일 수도 있겠지만, 자기합리화가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니까. 단순한 이들은 단순한 행복 발동 조건 탓에 꽤나 쉽게-솔직히 '매우 쉽게'-행복감을 느낀다.


반면, 나 같은 사람들이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선 꽤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디테일이 살짝 빠그라지면, 그것은 만족스러운 상황이 아니기에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아쉬움이나 불편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뿐. 따지고 보면, 당장 본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기에 더 낫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 껄끄러운 느낌을 몸으로 감당해야하는 본인은 더 낫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쉽게 행복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각자 삶의 질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안다.

양양 물치해수욕장

그래도,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자 한다.


세상에는 마냥 좋거나 나쁘기만 한 게 없다. 무엇이든 양면성이 있다. 복잡함의 단점이 명료하지 않고 복잡한 거라면, 단순한 것의 단점 또한 디테일하지 않고 단순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의 성향은 강점이 있고 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나의 복잡함으로 인해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시점이 앞으로도 계속 오겠지만 뭐, 내가 이런 걸 어쩌겠어. 세상에 단순한 사람들이 있으면, 나 같은 사람도 있는 거다. 다만, 균형을 잘 잡으려고 노력해야겠다. 복잡함의 단점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 그렇다면 가끔씩은 단순하게 행동해보고자 한다. 생각까지 단순하게 하는 건 내 의지의 영역이 아니기에 거기까진 바라지 않고.

작가의 이전글 제가 누구냐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