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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아빠 Feb 06. 2020

가끔 평범하게 지나가는 하루

생후 151일 - 한약, 시어머니와 통화

배달된 한약

 어제 배달된 한약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폴리' 한의원이란 곳이 서울에서 제법 자리를 잡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주문했던 한약 역시 제법 아이들이 좋아할만하게 포장이 돼있었다. '라바'? 사실 이런 캐릭터들에 익숙지 않다. 친한 친구와 노래방에 갔을 적에 친구가 부르던 '뽀로로' 노래를 들으며 '저거 육아로 미쳤나 보다'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근래에 '나는야~ 주스 될 거야~ 나는야~ 수프 될 거야~'이런 동요를 흥얼거리는 나를 가끔 보게 된다. 그러고 보면 육아를 하는 아빠, 엄마들 모두가 그럴 법도 하다. BTS가 몇 명으로 된 그룹인지는 몰라도 로보캅 폴리에 주인공이 몇 명인지는 다들 알 것만 같다.(나는 아직 모른다..) 아직 까지는 이런 캐릭터들에 익숙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 또한 라바 흉내를 내고 있는 아빠가 돼있을 거라 본다.


한약의 이름이나 성분은 나는 잘 모른다. 그제 저녁, 밤 12시가 다되도록 현이의 한의사 친구와 현이는 카톡을 주고받았다. 무슨 성분이고 어떤 용도로 쓰는 것이며 후니에게 왜 쓰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한참이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다 잠들었었다. 잘 모르는, 들어도 알 수 없는 분야는 잘할 수 있는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주의기에 현이에게 맡기도록 했다. 무심한 듯도 하지만 그 편이 후니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는 핑계를 대본다. 그저 지켜보고 배워가도록 하고 있다. 


아직은 복용은 하지 않고 있다. 약이 후니의 몸에 맞지 않을 경우 약을 몸에 발랐을 때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거라 한다. 당분간, 약 일주일 동안은 손수건에 약을 묻혀 몸에 발라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한약을 적신 손수건

내가 알고 있던 검은색에 가까운 한약이 아닌 치자 빛이 도는 노랑에 아주 가까운 황갈색 한약이었다. 어제는 몸, 특히 등의 발적 부위에 약을 발라 보았다. 아침에 후니의 등부터 확인하였을 때 어제와 큰 변화는 없었다. 스테로이드 연고 '리도멕스'처럼 확연히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효과가 있기만을 바랄 뿐, 걱정했던 알레르기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7시, 후니를 재우고 식사를 한다. 현이가 야채 볶음밥을 주문하였기에 야채들을 다지고 참치 한통과 함께 볶아 내었다. 볶음밥은 간단하지만 야채를 다지는 것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뚝딱뚝딱 해주던 볶음밥은 간단하게 만들어내지고 맛도 기가 막혔건만 나는 제법 시간을 들여서야 완성이 된다. 지난주에 사 왔던 홍합이 다행히 변하지 않아 홍합국을 곁들여 늦은 저녁을 먹었다. 

 


언제나처럼 8시에 운동을 다녀온다. 골프연습장에서 각자 조용히 스윙을 연습하고 헬스장에서 웨이트를 한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항상 10시 내외. 부재중 전화 한 통, 나의 어머니, 그것도 현이의 핸드폰으로. 현이와 어머니가 한참을 통화한다. 나와 부모님의 통화는 항상 3분을 넘지 않는다. 3분이면 정말 길게 한 편이다.. 용건 외에는 이야기할 것이 별로 없기도 하거니와 그 이상 길어지면 '노파심에 이야기 하지만..'이라 시작하는 정말 노파심 가득한 대화 아닌 대화가 지속되기에 3분을 넘지 않는다. 그런 어머니와 내가 샤워를 끝마치고 나올 때까지 현이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야기의 내용을 묻지는 않았지만, 현이의 전화기 건너로 건내는 말만으로도 충분히 무슨 이야길 지 알 수 있었다. 우한 폐렴 이야기, 후니 이야기, 어머니 치과 다녀온 이야기, 그저 그런 그냥 사는 이야기였다. 아들들은 부모님께 무심하다. 특히 나는 너무도 무심하다. 나 또한 최근 임플란트를 해봐서 임플란트 치료 중이신 어머니의 통증을 이해할 수 있음에도 '우리 엄마는 괜찮을 거야'라는 말도 안 되는 믿음이 있다. 만약 후니가 치과에 다녀왔다면? 어쩌면 고작 그냥 지나갈 수 있을 피부 트러블에도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걱정하고 있는대 치과라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럼에도 어머니와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런 나를 대신해 가끔씩 현이는 시어머니 관계라는 다소 힘든 관계임에도 시어머니와 오랜 시간을 통화한다. 서로의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안 좋았던 일, 좋았던 일들을 서로 공유한다. 마치 딸들이 엄마 말을 들어주듯이..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통화를 끝내고 현이도 샤워를 마치고 잠에 들었다. 가끔은 이런 날들이 있다.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 평범한 하루로 느껴지는 날. 육아를 하는 하루하루가 전쟁이고 고통이고 인내해야만 하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육아가 '아주 힘든 일'은 아니다. 한참을 안아주어야만 자거나, 조금만 자기 맘에 안 들면 울기 시작하거나, 이유를 알 수 없이 울거나 심하게 아픈(밤 중에 응급실을 뛰어가야만 하는 일들이 많을 경우) 날이 계속되어 왔다면 우리 부부 역시 "육아는 지옥이다"라고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리가 잡힌 낮시간 패턴(어제부터는 2시간씩 낮잠을 자주고 있다)으로 하루를 보낸다. 일정하게 밤 7시에 밤잠을 자주고 긴밤을 잔다. 특별히 안아서 재우지 않아도 침대에서 밤인사를 나누면 혼자 옹알이를 하다 이내 잠에 든다. 그런 패턴이 계속되오다 보니 모든 것이 평범하게 느껴지는 어제 였던 듯 하다. 모든 것이 현이의 덕이라 생각한다. 또 그렇게 잘 따라와 준 후니의 덕일 것이다. 이제는 후니의 하루에 익숙해져서 평범하게 느껴지는 하루의 끝자리에서 현이와 후니에게 크나큰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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