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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세 번째 유성 한 조각

나는 별이 되고 싶었다.

by 엔키리 ENKIRIE


사촌 여동생인 소희와 나의 이야기는 길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짧게만 다루고 넘어갈 예정이다.

그 이유는 내가 이미 그녀와의 관계를 끝냈으며, 그녀에게 어떠한 감정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한 남. 그게 나와 그녀를 정의할 수 있는 관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소희는 큰 이모의 딸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우리 집에 곧잘 놀러 왔던 사촌동생이다. 아마 사촌동생 중에서 가장 우리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은 사촌일 것이다. 그녀와 나는 4살 차이었으며, 그녀가 아기였을 때부터 나는 그녀를 마치 엄마처럼 업고 보살피듯 했다. 외가의 가족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나는 그녀를 성심성의껏 돌봤으며, 그 배경에는 '연민'이라는 감정이 있었다.


소희는 유독 큰 이모와 큰 이모부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였고. 친척들이 모두 모여있을 때마다, 소희가 작은 실수만 해도 큰 이모부가 무섭게 노려보며 꾸중을 하거나, 큰 이모가 갑자기 소희의 등짝을 때리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기도 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소희는 그러한 형태로 자신의 가정 내에서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였다. 나는 그녀보다 4살이다 많은 언니였기 때문에 그런 그녀를 더 안타깝게 여겼다.

그래서 잘해줬다. 마치 내가 그 아이의 엄마라도 되는 양.


하지만 소희는 곧잘 내게 상처를 줬고, 나에게 사과할 일들을 많이 일으켰다.

그때마다 나는 그녀를 용서했고, 어느 날은 소희가 그런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도 있었다.


"언니. 언니는 어떻게 나를 계속 용서할 수 있어? 나라면 못할 것 같아."


그 질문에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래도 그런 질문을 할 정도는 되는구나, 너도 너의 잘못을 인지는 하는구나, 싶은 마음에. 그때는 그런 그녀의 실수들을 그러려니 넘어간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게 화근이었다.






소희는 어렸을 때부터 종종 이런 말을 했었다.


"나도 언니네 가족이었으면 좋겠어. 나는 이모랑 이모부가 너무 좋아."

"언니는 얼굴도 너무 작고 말랐어. 어휴, 부러워!"

"언니 옷 예쁘다!"


그때마다 소희의 그 말에 대하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히 위험한 신호였던 말들이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그녀가 그녀의 부모로부터 당하는 가정폭력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지 못했고, 그녀가 반복적으로 말하는 '부러움'이 사실은 '질투'라는 무서운 감정이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질투는 감정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감정이야.'


상담을 받던 중, 나의 상담 선생님이 했던 말이었다.


'수아야. 너 소희한테 잘해주지 마.'

'응? 왜?'

'걔는 널 언니로 보지 않아.'

'으응?'

'말 그대로야. 걔는 너를 전혀 언니로 생각하지 않아. 그니까 잘해줄 필요 없어. 거리를 둬.'


때때로 나에게 소희와의 관계에 대해 못마땅해했던 언니의 말이었다.

나의 언니는 내가 소희에게 무언가 양보하고 챙겨주는 걸 탐탁지 않게 여겼다.

비록 나의 어머니는.


'너는 왜 이렇게 언니가 돼서 욕심을 내? 친할머니처럼! 친할머니가 그렇게 남한테 안 나눠주려고 하고 욕심부리더니! 얘가 똑같이 하네?'


내 옷과 인형을 예쁘다며 탐내는 소희에게 나의 허락 없이 내 옷을 주려고 하다가, 그걸 내가 거부하자, 저런 말로 여러 차례 나를 비난했지만. 그리고 아버지 또한 소희에게 양보하라며, 나에게 양보를 강요했지만. 유일하게 가족 중 나의 언니는 그렇지 않았다. 같이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도 내가 소희를 너무 챙겨주면, '너나 먹어.'라며 소희가 아닌 내게 더 고기를 주려고 했다. 그리고 언니가 내게 저 말을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항상 그렇지 뭐. 네가 소희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할 때마다, 소희가 나한테 네 뒷담을 하니까. 수아 언니가 어쨌네 저쨌네. 그니까 네가 걔한테 잘해줄 필요 없어.'


내가 소희의 실수를 정정하기 위해 지적할 때마다, 소희는 나의 언니에게 나에 대한 뒷담을 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소희에게 지적을 하는 건 나뿐만은 아니었다. 소희는 실수가 잦았고, 그것 때문에 자신의 부모에게도 상당히 자주 혼났으니까. 다만 그녀의 부모와 내가 달랐던 것은 그녀의 부모는 소희가 실수를 할 때마다 위협적인 행동이나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고. 나는 소희에게 타이르듯 말했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나의 어머니도 인정할 정도로 소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눈치가 너무 없어서 타인의 눈총을 자주 샀던 아이였고.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자신이 같이 어울려 놀던 친구들 사이에서 종종 다툼이 발생하거나, 때론 소외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한 마디로, 사회성이 상당히 부족했으며, 대인관계 기술도 심각하다고 평가될 정도로 능숙하지 못했던 아이였다.


그런 소희는 종종 내게 이상 행동을 나타냈고, 나중에 나에게 사과를 할 때가 잦았으며, 나는 매번 그녀를 용서해 줬다.


내가 언니였으니까.

외갓집에서는 '수아 네가 언니니까.'라며 소희를 챙기도록 무의식적으로 유도했으니까.

하지만 좀 더 빨리 알아차려야 했다.


'나는 너처럼 나한테 그렇게 불만을 많이 품고 있는 사람을 옆에 못 둬.'


나에게 자주 경고하던 언니의 말.


'큰 이모가 소희한테 수아 언니는 자격증이라도 많이 갖고 있다고 했더니, 소희가 그 자격증 쉽게 따는 거라고 했다더라.'


내가 모르는 곳에서는 끊임없이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해대던 소희의 태도.

아마도 지금이라면 좀 더 조심했을 텐데.

그러면 나에게 그런 트라우마가 남을 만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괜히 나 자신을 탓해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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