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호텔 옆 쪽방촌>을 읽고
이 책은 힐튼호텔 옆 쪽방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을 인터뷰한 자료이다. 세상은 모든 사람이 함께 쓰고 있지만 우리는 부유한 사람,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만 전해 듣게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는 듣지 못하게 된다. 마치 그런 사람들은 세상에 없는 것처럼 감춰져 버린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귀한 기회였다.
어떤 이는 술에 중독되어 건강이 위태롭고, 어떤 이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어떤 이는 가족을 그리워하고, 어떤 이는 그리워할 가족이 없다. 다채로운 삶의 모습에서 우리와 닮은 점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들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지만 삶의 어느 장면에서 발을 헛디뎠고 다시는 안정적인 일상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복지를 생각하며 우리는 인간에게 보장되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려서부터 이 세상에 안정적으로 발디딛고 살 수 없던 그들은 세상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머슴이 되고, 범죄자가 되고, 정신병자가 되고, 힘든 노동을 전전했다. 그렇게 겨우 얻은 자리가 쪽방이지만 그마저도 언제고 집주인의 한마디로 잃을 수 있는 ‘내 자리’였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존재하는데, 우리가 존재할 자리를 얻어내야만 한다는 건 삶을 투쟁으로 만든다.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을 조망하며, 내가 그들을 동정하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았다. 그들을 동정하는 마음은 손쉬운 기만이다. 어떻게 사회적 약자를 동정하지 않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마음에 남았다. 그들을 위해 보탤 수 있는 마음이란 연대하는 분노뿐이라는 생각도 든다.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건 책의 조사가 대부분 남성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었다. 논문을 찾아보니 남성 독거노인은 대체로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쪽방촌에 오게 되는 데에 비해 여성 독거노인은 젊은 시절부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자신이 쓰는 돈을 아끼고자 쪽방촌에 오게 된다고 한다(쪽방에 거주하는 여성 독거노인의 삶에 관한 연구(2013)). 쪽방촌에서 살아온 여자들의 이야기가 너무 듣고 싶어졌다. 우리 삶 한켠에 치워진 홈리스들과 쪽방촌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잘 보이지 않게 숨어있는 여성 독거노인의 삶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