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이는 유민이의 대장

첫 편지(2008.3.17)

by 김건숙

유민아!

유민이를 생각하면 고마운 게 먼저 떠오르는구나. 날마다 엄마 커피 타 줘서 고마워. 유민이가 멋지게 코디해서 입고선 엄마가 배웅 제대로 못해줘도 밝은 얼굴로 인사 잘하고 학교 가서 정말 고마워. 설거지해 주는 것도 고맙고, 라면 끓여주는 것도 고마워. 유민이에게 감사할 일이 참으로 많구나.


마음이 따뜻한 유민이는 어른이 되었을 때도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 생각해. 보글보글 피어나는 유민이의 환상적인 웃음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고 기쁘게 해 주지. 밝고 환한 그 웃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렴. 그러면 세상이 온통 밝은 빛으로 가득 찰 거야.

지금쯤 유민이는 맛있게 점심 식사를 끝내고 윤정이랑 운동장을 걷고 있을까? 아니면 열심히 수다 떨고 있을까? 톨스토이 할아버지 말처럼,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여기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거라.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면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행복하게 하루를 사는 것은 평생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지. 늘 행복하지 않더라도 삶에 최선을 다 하면 후회는 없을 거야. 유민이가 열심히 살면 삶이 즐겁고 행복해지기 때문에 엄마도 덩달아 행복해질 거야.

유민이는 유민이의 뭘까? 그래, ‘대장’이지. 그래서 유민이가 유민이의 삶을 이끌고, 보살피고, 책임지고,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것 알지? 그래서 멋진 대장이 되는 거야. 엄마도 그런 대장이 되려고 애쓰고 있단다. 엄마를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먹여주고, 멋지게 차려 입혀주고, 진정으로 사랑해주고, 격려도 해 주지. 그러니까 유민이를 가장 많이 사랑해 줄 사람은 유민이 자신이야.

물론 엄마도 유민이에게 더없이 많은 사랑을 주지만 유민이는 그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너 스스로에게 쏟아부어야 한단다. 왜냐고? 유민이는 그런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유민이에게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많은 재능이 숨겨져 있단다. 그것을 찾아내어 갈고닦아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 보렴. 엄마도 옆에서 힘을 보태줄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유민아, 이렇게 종이 위에서 또 만나자꾸나.

유민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사랑하는 엄마께

엄마, 저 유민이에요.

엄마가 처음으로 이렇게 긴 편지를 쓴 걸 보고 놀라고, 감동을 받았어요.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엄마, 엄마가 항상 좋은 말 알려주잖아요. 그렇게 일일이 다 적어주고 챙겨주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을 거예요. 전 엄마가 남들 엄마들보다 특별해서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바쁘더라도 우리들 간식 사놓아서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제가 언니랑 싸워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항상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생각하고 말할게요.

이따 김치찌개 맛있게 잘 먹을게요. 엄마는 길게 썼는데 저는 짧게 써서 죄송해요. 이만 줄이겠습니다.

엄마! 정말 사랑해요.♥♥ 판소리 재밌게 잘 배우세요.

엄마를 무척이나 ♥하는 유민 올림



* 얼마 전 우연히 발견한 교환일기장, 어느 새 26살이 된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었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둘이서 쓴 것이었어요. 그때는 우리가 이랬구나, 하면서 희미해진 기억들을 떠올리려고 브런치에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