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할머니의 글쓰기

딸 초등 6년~중1 때 함께 쓴 교환일기(2008~2010년)

by 김건숙

유민이의 답장을 보니 엄마 마음이 하늘을 나는 듯 하구나.


편지 내용이 짧으면 어떠니? 유민이의 사랑스러운 마음이 담겨져 있어 마냥 울렁울렁 거리는데 말야.


이 못난 엄마를 특별하게 생각해줘서 정말 고맙구나. 우리 유민이도 무척 특별하단다. 베란다에 피어 있는 노란수선화처럼 마음이 따스하고 귀엽지. 그 꽃술 안에 있는 향기 같은 유민이의 진실은 다른 사람들을 유민이 곁으로 오도록 만들 거야.


유민이가 무슨 말을 할 때 생각을 하고 말한다 하니 고맙구나. 그러면 우리들 기분이 한층 좋아질 거야.




© europeana, 출처 Unsplash



유민아!

어제 뉴스에서 본 어떤 과일 장수 할머니 모습이 잊히지 않는구나. 변변한 가게도 없어 시장 노점에서 장사를 하시는 할머니는 초등학교 밖에 안 나오셨다는데 시간만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쓰시더구나. 할머니께서는 그 동안 살아오신 이야기를 쭉 찢은 상자 쪼가리에도 쓰고, 원고지에도 쓰시는데 엄청난 분량이더구나. 얼마 안 있으면 그 글들이 책으로 나온다는구나. 엄마는 그 할머니보다 능력도 조건도 훨씬 좋으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못했는데 이제 틈나는 대로 글을 쓰고 싶구나.


그 할머니를 통해서 어떤 일이든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간다면 반드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단다. 우리가 꿈을 꿀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이니?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에 살며 미래를 꿈꾼다는 것은 그 얼마나 값진 일이니? 엄마는 이 가슴 벅찬 날들을 정말 후회 없이 감동적으로 삶을 일구고 싶단다.




© vika_strawberrika, 출처 Unsplash


누구에게나 꿈을 꿀 수 있는 자유가 있고, 그 꿈을 이뤄나갈 수 있는 의지가 있으며, 그 꿈을 누릴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 우리는 정말로 꿈을 꾸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갈아가야 되지 않을까? 유민이도 미래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보길 바래. 많은 사람들이 증명해 듯 간절히 원하면 꼭 이루어진단다.

엄마가 《아티스트 웨이》에서 읽은 내용 가운데 맘에 드는 문장이 있어 여기에 적을게.


“나 자신을 보물처럼 여기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많이 본 것 같지 않니? 그래, 며칠 전에 메모지에 적어줬지? 자주 읽고, 어떻게 하면 유민이가 너를 보물처럼 여기는지 잘 생각해 보렴.


오늘 노래 시험 잘 봤니? 누구나 앞에 서면 떨리고 당연하단다. 그런데 너무 잘 하겠다는 생각만 덜어내도 덜 떨릴 것 같은데... 오늘 학교 생활은 어땠을까?

유민이를 아주아주 사랑하는 엄마가









사랑하는 엄마께


엄마, 저 유민이에요. 답장은 감동적으로 잘 받았어요. 그런데 왜 엄마가 못난 엄마에요? 나 자신을 소중하게 하라고 그랬잖아요. 엄마도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엄마예요.


엄마, 오늘 음악 선생님을 바꿔서 다행히도 시험을 안 봤어요. 글 선생님은 되게 착하고 많이 웃어서 별명이 ‘방실이’예요. 저도 그 선생님처럼 방실방실 웃을게요.


윤정이가 현하랑 절교를 해서 전 이제 윤정이하고만 다녀요. 나는 예전에 4명이서 다닐 때가 좋았는데……. 2명이서는 너무 심심해요.


지금 엄마가 안 계시니까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 엄마 그런데 이 교환 일기 꽤 괜찮은 아이디어예요. 우리 한 번 끝까지 목표 달성해서 우리의 노력을 돌아봐요.


어떤 애가요, 욕 못하면 간첩이라던데, 요즘 애들은 너무 욕을 잘 해요. 나는 욕 잘 못하는데…….


엄마! 내일이 제가 기다리던 수요일이네요. 내일 4교시 하니까 너무 좋아요. 다른 때도 4교시 하면 좋을 텐데요. 학교에서 항상 엄마 생각나요.


엄마,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엄마 안녕.


엄마를 아주아주 ♥하는 유민이 올림


이전 01화유민이는 유민이의 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