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결은 메모란다

딸 초등 6년~중1 때 함께 쓴 교환일기(2008~2010년)

by 김건숙

한 주가 시작되었구나.

어제 비가 오는데도 엄마랑 식당 예약하러 같이 다녀와 주어서 고마워.

만약 혼자 돌아다녔으면 좀 청승맞았을 거야.

덕분에 식당 예약 임무를 마쳐서 홀가분하구나.


유민아, 다크서클에 대해서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따뜻한 마음을 보내 봐.

암처럼 생명을 앗아가는 병도 친구처럼 편하게 받아들이고 살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그 사람에게서 떠나가는 경우를 종종 보았단다.


다크서클은 화장품으로 없어지는 게 아니고 좋은 음식 먹고, 좋은 생각하고, 잠을 충분히 자면 낫는단다.

피곤이 쌓이면 짙어지잖니?

그리고 유민이가 다크서클 때문에 속상해하면 더 진해져. 무심하게 대하든지, 사랑해 주든지 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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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새로운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건 유민이보다 세 배를 살았기 때문이야.

그동안 본 것, 생각한 것, 책 읽은 것도 세 배가 아니겠니?


그리고 비결이 있다면 알지?

엄마가 늘 메모를 한다는 것 말이야.

책에서 읽은 것, 신문에서 본 것, TV에서 본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마음속에 흔적을 남긴 것이라면 모두 기록을 하잖아.


유민이도 가지고 있는 수첩 가운데 최고로 예쁜 것으로 골라서 적는 습관을 길러보렴.

그러면 그것은 유민이에게 값진 재산이 되어 살아가는 동안 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거야.

누구에게나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단다.

한비야 님이 책을 여러 권 써낸 것도 일기를 꾸준히 써 온 덕분이란다.

우리의 뇌는 한정되어 있어서 적어 놓지 않으면 머릿속에 들어갔다가 빠져나가는 것이 대부분이라 잘 기억하지 못하지.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메모를 잘하는 것’이라고 하잖아.

유민이가 읽는 책 이야기들도 편지에 써 주렴. 적지 않아서 떠오르지 않으면 네가 감동받은 부분들을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그럼 엄마도 행복할 거야.

유민아, 오늘도 너 혼자 밥 먹고, 옷 잘 챙겨 입고 학교에 가서 무척 고맙구나.

오늘 학교에서 오면 시간을 잘 관리하여 후회 없는 날이 되길 바란다.

늘 유민이를 가슴에 담고 있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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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엄마께

엄마, 편지는 잘 받았어요.

오늘 집으로 왔을 때 맛있는 냄새가 확 풍기더니 닭매운탕 냄새였어요.

엄마가 요즘 행복해하시면서 판소리 부르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자식은 부모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엄마께서 판소리를 부르니까 저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되어요.

그걸 보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매일 듣는 말은 습관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영어도 매일 들으면 다 외워지겠구나 생각했어요.

오늘 소리공부 재밌게 하고 오세요.

그래서 새로운 소리 부르면서 나도 알려주시고요.

사람은 도전하고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구나 하면서 나도 모르게 습관이 배어 더 노력하게 되고요.

닭매운탕 정말 맛있게 먹을게요.

요즘 반찬투정 많이 해서 죄송해요. 엄마 생각하면서 닭매운탕 감사히 먹을게요.

엄마, 이젠 결혼기념일이 4일 남았어요. 엄마보다 제가 더 기대되네요.

필요한 거 생각나시면 여기에다 적으세요.

건강하시고, 사랑해요. ♥♥♥

엄마를 끔찍이 사랑하는 유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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