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딸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가치’란 다른 말로 바꾸면 ‘중요한 것, 쓸모 있는 것’을 말하지. 유민이가 수첩을 좋아하는 것은 수첩이 유민이에게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 ‘가치’ 가운데 ‘신중함’과 ‘책임’에 대해 말하고 싶구나.
《정글북》이라는 동화에는 ‘작고 귀여운 아이’란 뜻을 가진 ‘모글리’라는 남자 주인공이 있어. 아기 때 늑대 가족에게 발견되어 그곳에서 같이 살게 되는데, 원숭이가 똑똑한 모글리를 자기네 편으로 끌어들일 속셈으로 과일도 주고 친절하게 대해주지. 모글리는 스승인 바루의 충고도 무시하고 원숭이와 어울리다 그만 원숭이들에게 납치되고 만단다.
그때 모글리가 좀 더 신중했더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야. ‘신중함’은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고 판단해야 할 때 필요하단다.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것에는 무엇이 따를까? 그래, 바로 ‘책임’이야.
오늘 유민이가 언니에게 앞머리를 잘라달라고 하기 전에 어떻게 했어야 할까?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전에도 한 번 언니에게 부탁해 놓고 밉게 잘라줬다고 네가 무척 화냈던 것 기억나는구나. 그렇다면 이번에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물론 머리는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너의 기분을 모르는 건 아니야. 하지만 유민이가 언니한테 잘라달라고 부탁했을 때는 맘에 안 들더라도 받아들여야 했어. 그것이 바로 ‘책임’이야. 유민이가 원했던 거니까 좀 화가 나도 참았어야 했다는 말이지. 언니는 네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잘랐을 테고, 일부러 밉게 깎지는 않았을 거야.
그리고 엄마를 화나게 한 것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번 일이 두 번째 일이라는 사실이야. 우리는 인간이기에 한 번 경험한 것에 대해 뒤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이번 일을 계기로 중요한 일일수록 더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된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구나.
유민이는 현명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믿어. 속상한 일이 있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부르르 엄마에게 달려오기 전에 조금만 생각해봤으면 해. 일요일 아침부터 엄마 기분이 좀 그랬어.
저도 일요일 아침부터 기분이 상했어요. 알겠어요. 다음부터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선택할게요. 저도 동물도 아닌 인간이라서 요번 계기로 깨달으려고요. 제가 앞머리 자르고 보니깐 자연스럽게 예쁘더라고요.
아, 전 다크서클만 없으면 더 이쁠 텐데……. 나도 예뻐지고 싶다.
오늘 중앙동 가서 반지 사고 바로 왔어요. 잘했죠? 어제 백화점에서 스키니진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좋아서 꿈속에도 나온 것 같아요. 저는 백화점 같은 약간 비싼 데 가면 마음이 조금 이상해지고 홈플러스 같은 데가 나은 것 같아요. 저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더 살 게 있어서 홈플러스 가면 안 돼요? 죄송해요.
그리고 예전보다 제 영어 실력이 더 나아진 것 같아요. 이건 다 엄마의 노력 덕분이어요. 감사합니다.
오늘 설렁탕집에서 맛있게 먹을게요. 엄마 감사합니다. 제가 엄마 많이 사랑하는 것 알지요?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