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가 도를 넘었어요

딸 초등 6년~중1 때 함께 쓴 교환일기(2008~2010년)

by 김건숙

엄마 엘레강스 미용실에서 머리하고 왔어. 머리가 좀 풀려 지저분해서 갔는데 친절한 원장님이 손을 봐주어서 아주 맘에 드는 머리를 하고 왔단다. 유민이가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아주 맘에 들어.

아침 먹고 서둘러 가느라 편지를 이제야 쓰게 됐어. 어젯밤에 엄마랑 유민이가 서로 생각이 달라 목소리 높였던 것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구나. 유민이가 문을 꼭 닫고 자는 방에 들어가 보니 그 사이 얼굴이 천사로 변해있더구나. 그래서 우리 서로 껴안고 뽀뽀했던 것 기억나지? 아무리 어떤 일이 일어나도 우리에겐 떼려야 뗄 수 없는 강한 자석 같은 사랑이 있어서 멀어질 수가 없지.

어제 마음 상하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엄마 마음속엔 너에 대한 사랑이 꽉 차 있다는 걸 늘 알면 좋겠구나. 원래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상처를 많이 주고 또 가장 많이 받는단다. 그러나 아주 뜨거운 사랑이 그걸 녹여주지. 물론 많이 사랑한다고 해서 어떤 잘못이라도 용서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야.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조심해야겠지. 엄마가 유민이보다 나이도 훨씬 많이 먹었고, 부모니까 더 조심할게. 유민이도 그렇게 할 수 있겠지?

이 세상에 살아서 존재하는 것들이라면 끊임없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 꽃이나 나무들, 짐승들도 모두가 존재하기 위해 그럴 거야. 식물들은 더 많은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위로 위로 올라가고, 토끼는 쉴 새 없이 두 귀를 쫑긋거리지.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 말이야. 하물며 높은 지능과 좋은 조건을 가진 우리 인간들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지. 우리는 죽는 날까지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 포기하는 것은 죄악이지. 우리 노력하자꾸나. 행복한 삶을 위해서. 알았지?


아자, 아자, 아자!

아자, 아자, 아자!

아자!





© miriamespacio, 출처 Unsplash




미안한 마음이 드는 유민이가 엄마께

엄마, 편지 보고 저 울 뻔했어요. 너무 감동 깊게 쓰고, 상상력이 위로 쭉쭉 뻗어가는 것 같았어요. 역시 우리 엄마야, 쪽~

어제 제가 도를 넘어선 것 같아요. 엄마가 갑자기 나가서 깜짝 놀랐어요. 계속 전화했는데도 안 받으셔서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어요. 언니한테 전화해보니까 엘리베이터 앞에 엄마랑 같이 있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어요. 역시 엄마가 말한 것처럼 우린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어제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어요. 죄송해요.

오늘 엘레강스 미용실에 갔다 와서 엄마가 그렇게 예뻐 보였구나. 그 미용실 원장님이 그리 친절하세요? 다행이에요. 축하해요.

저도 이제부터 더더욱 노력하고 행복하게 살 거예요. 나도 내일을 위해 희망을 위해 행복을 위해 아자.


아자, 아자, 아자, 아자, 파이팅!



추신: 지금까지 엄마가 쓴 것 중에 제일 감동받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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