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닮아서 책을 좋아하나 봐요

딸 초등 6년~중1 때 함께 쓴 교환일기(2008~2010년)

by 김건숙

아침에 밥만 차려주고 다시 잠을 자서 미안! 나중에 일어나 유민이가 깨끗하게 이불을 개어 장롱에 얹어 놓고 간 모습을 보니 우리 딸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단다. 속옷도 깨끗이 빨아 놓은 것도 보는데 유민이의 손길이 느껴져서 엄마 기분이 좋았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단정하고 깔끔하게 잘해 놓는 사람은 마음도 행복할 거야. 때로는 힘들고 귀찮지만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해.

어제저녁 엄마가 반찬을 만들 때도 뚜덜대면서 만들었다면 정말 하기 싫었을 거야. 그렇지만 엄만 우리 가족이 먹을 거니까 정성과 사랑을 넣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비록 특별한 음식은 아니지만 말이야.

유민아, 너는 ‘명상’하면 무엇이 떠오르니? 엄마는 아침, 산속, 요가, 정신 수행, 가부좌, 조용함, 음악 등이 떠올라. 그런데 언제부턴가 생각을 바꾸었어. 꼭 움직이지 않는 자세로 눈을 감고 마음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만이 명상이 아니라고 말이야. 걷는 것, 소리하는 것, 설거지, 청소 등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생활들을 명상이란 의미를 두었더니 엄마의 삶이 달라지더구나. 귀찮고 하기 싫었던 일들이 감사하게 받아들여지고 에너지가 솟더구나.

지금 이렇게 유민이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엄마 마음을 수행하는 명상이라 여긴단다. 명상은 정신세계를 높이는 한 방법인데 꼭 어떤 정해진 자세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오히려 자신의 생활을 즐겁고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준단다.

엄마가 좀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걸까? 그러니까 유민이가 실내화나 속옷을 빠는 것이 귀찮을 때도 명상이라고 생각해 봐. 그러면 그런 것들이 고맙게 느껴져. 실내화에게도 말을 걸어 봐. 학교에서 양말 더럽지 않게 다닐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말이야. 그러면서 솔로 정성 들여 닦아주면 실내화만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라 유민이 마음도 아주 깨끗하고 맑아지는 것이 느껴질 거야.

유민아, 다음 주부터는 정말 알찬 계획을 짜서 멋진 날들을 보내기 바란다. 자신이 계획한 하루하루를 성취해가면서 기쁨들을 느껴보지 않을래?

우리 유민이 아자 아자 아자.


유민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 OpenClipart-Vectors, 출처 Pixabay




사랑하는 엄마

엄마, 아니 논술 샘, 역시 논술 선생님의 글은 따라갈 수 없어.

아침에 식초 뚜껑을 열 때 식초가 눈에 튀었어요. 아직도 눈에서 뜨거운 기체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요. 까꿍이가 손을 대 보니 진짜 나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학교에서도 눈이 아파서 고생 많이 했어요. 다음부터는 식초 뚜껑 하나도 조심히 열어야겠어요. 식초 보니까 우리가 반 정도나 먹었어요. 많이 먹은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지금까지 서점 갈 생각을 계속하니까 가슴이 설레네요. 만약 어제 갔더라면 책을 많이 못 봤을 거예요. 전 역시 참을성이 많아요.

앗싸, 책 산다. 엄마, 감사합니다. 저도 엄마께 은혜 갚을게요. 나는 엄마를 닮아서 책을 좋아하나 봐요. 책 몇 권 살까? 만화책은 안 살게요. 왜냐하면 만화책은 이야기가 없어요. 줄글은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엄마, 이따 엄마와 나만의 데이또, 재미있겠다.


엄마를 아주 ♥하는 유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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