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초등 6년~중1 때 함께 쓴 교환일기(2009~2010년)
유민아!
유민이가 볼 때 요즘 엄마가 힘이 없어 보였구나. 엄마는 잘 몰랐네. 늘 그렇게 엄마 마음을 헤아려주는 딸이 있어 엄만 행복하단다.
사람이 살다 보면 온갖 감정들이 마음속으로 날아든단다. 전에 엄마가 썼던 시 기억나지?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온갖 감정들, 그러니까 기쁨, 슬픔, 행복, 불행, 분노, 짜증, 신남 등 많은 감정들이 우리 몸과 마음속에 머물다가 떠나가는 거니까 엄마가 힘이 없다고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어쨌든 엄마의 감정을 잘 알아채고 공감해 주려는 유민이는 심리학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오늘 날씨가 우중충하니 마음도 좀 가라앉는 느낌이야. 이럴 땐 휴대폰 액정 화면에 있는 맑고 푸른 하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더구나. 비는 이제 그만 오고 맑게 개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유민이의 백반증 부위가 좋아진 걸 생각하면 엄마 마음이 너무너무 좋아지는 것 있지? 금방 사라져 버릴 것 같아. 그러면 예쁜 유민이의 얼굴이 더 빛날 것 같아. 물론 지금도 최고로 아름답지만 말이야.
유민아, 수업 나갈 시간이야. 엄마가 6시경에 집에 들를 거야. 이따 보자.
© sobolivska, 출처 Unsplash
사랑하는 엄마!
엄마, 요즘 엄마께 너무 죄송한 것 같아요. 하지만 엄마의 삶은 다른 사람보다 100배 더 보람 있고 뿌듯한 삶이에요.
엄마, 요즘 엄마께 힘이 없어 보인다고 해서 정말 정말 죄송해요. 제가 엄마께 대하는 태도가 엄마에게 부담스러웠는지 몰랐어요. 엄마 또 한 번 죄송해요. 그런데 항상 힘과 자신감이 넘치는 엄마 모습만 봐서 그런지 엄마가 조금 피곤한 모습을 보면 제가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몰라요.
우와, 엄마 내일 쉰다! 엄마도 좋죠? 내일 수업 준비 많이 해야 돼요? 많이 안 했으면 좋겠다. 엄마는 쉬는 날에도 일을 해야 하니…….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엄마가 슬프면 나도 슬프고, 엄마가 기쁘면 나도 기뻐요.
내일 치과 가서 교정하는 돈이 너무 많이 들면 저 안 할래요. 많이 들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우린 분명히 나중에라도 돈 많이 벌 수 있을 거야! 우리 가족은 꼭 크게 성공할 것이야, 그렇지요?
엄마 덕분에 조그만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부모가 그러면 자식이 닮는다더니 역시 우리 모녀는 닮았어요. 제가 엄마 딸인 게 자랑스러워요. 왜냐하면 엄만 똑똑하고, 지혜롭고, 조그만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해하고, 예쁘니까요. 더 많은데 쓰려면 너무 많아서…….
우리 엄마, 제가 엄마 많이 사랑하는 거 알죠? 사랑해요♥♥♥♥♥♥.
엄마를 끔~찍이 ♥하는 유민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