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게 뭐예요?”라는 질문에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해요”라고 말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모두가 저마다 각자의 기록을 남기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시작과 끝이 있는 기록이다. 일기장처럼 생각을 적어 내려가지만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있다. 특히 에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글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에서 찾아낸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에세이를 즐겨 쓰는 사람으로서, 내가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은 ‘와, 정말 뭘 써야할 지 전혀 모르겠다.’이다.
나는 무딘 사람이다. 성격이 무딘 것도 맞지만 정신의학과에서 뇌파 검사를 통해 나온 결과도 있다. 뇌파 검사 결과, 나는 잠잘 때 나오는 뇌파가 일상 생활에서 평균치보다 높게 나오고, 창의력이나 감수성에 필요한 뇌파는 다른 사람보다 현저히 낮게 나왔다. 그래서 감정적인 것에 공감을 못하거나 회피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른바 공식적인 출처가 있는 로봇(?)이라는 거다. 무덤덤하게 산다는 건 정말 편리하기도 하다. 일상에 아무런 파장이 일어나지 않고 고요히 지나가는 것만 같다.
그러나 글을 쓸 때만큼은 나도 섬세하고, 감각적이고,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일상은 나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다채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으레 사람이 그렇듯 가지지 못한 것은 훨씬 좋게만 보인다. 또, 생각이 많은 사람이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다. 생각이 많으면 그만큼 글을 쓸 주제도 많지 않을까. 그들과 나의 글 우물은 깊이가 다른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얕은 우물에서 욕심만 많아 양동이로 물을 퍼올리려고 하는 것 같다.
언젠가의 일기장에는 이런 글도 적었었다. ‘내가 쓰는 글이 그저 있던 문장들의 반복은 아닐까?’ 막막했다. 나야 글이 좋아서 쓰지만, 내가 쓰는 글이 다른 사람에게도 그만큼의 의미로 다가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아니어도 누구나, 누군가, 어디서, 언젠가 겪을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이미 적혀진 문장을 다시 쓰고 있다는 건, 뭐랄까 나에겐 조금 무서운 일이기도 하다. 당연히 완전히 새로운 문장을 만든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흔한 문장을 흔한 흐름으로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욕심인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는 순간이 즐겁고, 글로 대화하는 게 편하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킨 후에 노트와 펜을 들고 기획안을 적고 노트북으로 글을 작성하는 건 나에게 꽤나 의미있는 시간이다. 뭔가 멋있어 보이는 모습이지만 사실은 커피가 없으면 머리가 굴러가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그리고 집에서는 부지런히 글을 쓰진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글의 기획안도 카페에서 썼고, 글도 카페에서 썼다. 때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쓰기도 한다. 아마 다음 에세이도 그럴 것이다.
얕은 우물이어도 좋다. 양동이로 퍼지지 않는다면 숟가락이라도 좋으니 물을 계속 퍼올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딘 감수성을 가진 사람, 공식적인 출처가 있는 로봇 같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 감정을 뒤돌아보고, 내 일상을 가만히 살펴보는 건 게으른 나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글을 쓰기 위해서라면 할 수 있다. 언젠가 나의 우물에서도 사람들에게 와닿을 수 있는 글이, 문단이, 문장이 하나라도 나오길 바라며 오늘 끌어올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