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은... 비로소 하얗다
유난히 따뜻했던 어느 해 사월의 끝쯤으로 기억한다.
길가에 조팝나무 꽃들이 하루가 다르게 툭 툭 터지며 하얗게 만개하더니 세상이 온통 환해졌다.
눈이 부시게 환해서 가슴 벅차게 기쁘면서도 눈물이 솟았다.
기나긴 겨울을 지나 아, 봄이 오고 있었다.
바쁜 나날 중의 퇴고는 영혼을 빼먹는 일임과 동시에
유순했던 내 영혼에 기꺼이 깜박, 불이 들어오는 작업이다.
사월 하순의 조팝나무 / 유리안
작은 숨 모여
일제히 터진다
이토록 깨끗한 욕망일 줄이야
환한
사월 하순 아침에 하는 말
사월은
비로소 하얗다
유리안 두 번째 시집 - '사월 하순 아침에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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