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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Mar 21. 2016

피아노

유리안


              

누가 다녀갔나 보다 내 방에

단조로웠던 화분에 물을 주고

불을 켜 온기를 부르고 

더 이상 페달을 누르지 않아도

스스로 울림에 힘겨워한다

고요 속에 묻혀 있던 음표 반음

틈 사이 끼어 있던 음계들이 당신의

고른 이처럼 가지런히 앉아 

노래하는 치열한 평화 


나 없는 사이 누가

격한 감정의 이슬과

물방울이 되었다 파도가 되었다가

달빛이 되었다 숲이 되었다가

서로 구르며 쓰다듬다 갔나 보다

여운을 못 이기는 단조 음의 기운으로


아스피린의 도움이 컸다고 할까

비밀일 수도 있지만

오후의 햇살은 다 알고 있겠지 

너의 사유를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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