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안
누가 다녀갔나 보다 내 방에
단조로웠던 화분에 물을 주고
불을 켜 온기를 부르고
더 이상 페달을 누르지 않아도
스스로 울림에 힘겨워한다
고요 속에 묻혀 있던 음표 반음
틈 사이 끼어 있던 음계들이 당신의
고른 이처럼 가지런히 앉아
노래하는 치열한 평화
나 없는 사이 누가
격한 감정의 이슬과
물방울이 되었다 파도가 되었다가
달빛이 되었다 숲이 되었다가
서로 구르며 쓰다듬다 갔나 보다
여운을 못 이기는 단조 음의 기운으로
아스피린의 도움이 컸다고 할까
비밀일 수도 있지만
오후의 햇살은 다 알고 있겠지
너의 사유를
이제 그만 나를 놓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