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안
미세한 구름 하나
차가운 빗방울 둘, 셋
크기를 가늠하며
지나가는 비라고 예상하면서
파라솔도 없는 야외 테이블에 앉습니다
그릇 속 얼음 두 조각이
녹기 전에 구름이 먼저 이동했지요
푸른 바람이었나요
국수처럼 늘씬한 바람이 불어왔지요
어릴 적
길모퉁이 지나서 늘 하얗던 국수 가게
나뭇결 틀 사이로
바람이 불면 젖은 국수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었죠
낮에는 노래하고 밤에는 걸어 다녔죠
맑은 국물에 멸치가 헤엄치고 있어요
채 친 연둣빛 애호박이요
노란 호박꽃이 수면 위로 오르는 중
후루룩 국수 가락을 입에 넣었답니다
테이블이 긴 국숫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