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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May 14. 2024

몸의 소리 '움직임',
나를 찾아가는 시간

스테이지 PAN판 클럽 '움직임' 


문화예술 기획과 제작,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추구하는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 '퍼포밍아츠네트워크 PAN판'의 '움직임' 클럽 워크숍이 6회 차에 걸쳐 혜화역 인근 '12언어연극스튜디오' 연습실에서 시작되었다. 연습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 설렌다. 번호 키가 달린 문을 열고 내려가자 연습실 특유의 유리 전면이 눈에 들어온다. '몸소리말조아라' 대표이자, 예술가 '조아라' 리더의 인상적인 목소리가 참가자를 맞는다. 연기와 무용, 판소리를 전공해 공연자로 활약하는 그의 첫인사말에서 남다른 발성이 느껴진다. 퍼포머 '조아라'는 독특한 퍼포먼스와 함께 연극, 판소리 등의 공연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행하는 예술가이다. 


리더와 참여자로 구성된 1차 첫 수업은 자기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더불어 몸의 상태, 몸이 내는 소리, 움직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 살펴보게 한다. 관절에 관해 설명하고 관절의 움직임을 시도하는데, 이 시점에서 각성에 가까운 의문이 든다. 나는 내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떻게 다스리고 관리해 왔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내 몸에 대한 인식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부지불식중에 나와 제대로 동행하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나를 다시 관찰하는 자각의 시간으로 수업에 임하게 된다.


첫 수업을 마친 다음 날, 수업의 여파로 그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 곳곳에 가볍고 기분 좋은 통증이 있었다. 우리 몸은 아파야만 돌아보게 되는 이상한 인식을 번복한다. 걷기, 뛰기, 구르기, 점프, 멈춤 등이 추가된 2차 수업은 두 명씩 짝을 이뤄 진행되었다. 서로 호흡을 맞춰 배려와 감각을 바탕으로 차츰 융화되며 듀오와 솔로를 병행한다. 솔로 타임은 참여자들이 공연자를 관람하는 한편, 타인 앞에서 춤을 추듯 이어 나가서 어색함을 극복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 부담감이 없지 않으나, 클럽 '움직임' 워크숍은 한 파트가 끝난 후 숨을 돌리며 학습 후기를 반복한다. 


이 시간은 참여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때 참여자들은 묘하다, 낯설다, 모르겠다, 잘 안된다, 재미있다 등등 각자 자신이 느낀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게 된다. 6회 차를 모두 마치고 나니 이 피드백 타임이 몸을 움직이는 것 못지않게 편안한 시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회복의 시간이 된 셈이다.


내재한 몸의 언어가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밀려 나가는 맺고 푸는 동작의 반복과 함께 마음의 소리까지도 내고, 달고, 맺고, 푸는 시간을 가졌다는 편안함이 마음에 남는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간결한 표현으로 '조아라' 리더는 이렇게 말한다. "걸음을 걸을 때 땅을 발로 민다는 느낌으로 걸어 보세요." 걷는 일은 일상적이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머리에 남는 이 말을 인지하고 걸으니 감각이 달라지는 걸 체험하게 된다.


수업 회차를 더 해 가면서 새로운 움직임이 추가된 '거울 효과'는 매우 흥미로워 유쾌함을 더했다. 동작의 자연스러운 연결과 새로운 움직임을 창작해야 했던 거울 효과는 2인 구성의 나와 네가 순차적으로 리더가 되어 동작을 이어 가는 과정으로, 주체가 된 상대의 감정에 동행하며 진행하여 참여자들이 반짝이는 시간이다. 상대방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기에 서로의 관심을 놓지 않고 동작을 잘 간파하여 움직이고, 호흡을 기다려 주며 이끌어야 한다. 이 거울 효과를 하면서 진지했지만 우리는 많이 웃었다, 좋았다, 기뻤다.


솔로 파트는 부담되는 것이 확실하지만 하루가 지난 후 느낀 감정은 "재미있다!"였다. 재미있는 게 맞았다. 부담감과 흥미로움 사이에서 어느 것이 더 좌우하는지 갈등하던 마음의 소리는 즐거움이었다.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움직인 것이 한몫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선정해 들으면서 이어가는 독주의 시간은 말 그대로 오롯이 내가 되는 시간에 젖어들게 한다. 다른 참여자들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시간은 나의 시간이니 맞게 쓰고 싶었다. 나를 표현하고, 내 감정을 발산하는 또 다른 형태의 '움직임' 놀이였다.


6회 차로 오면서 조형, 흐름, 비행, 발산의 구성으로 진행되고 워크숍 동안의 동작을 총정리하여 왠지 모를 뿌듯함에 이른다. 개인적으로는 5회 차에 가졌던 '공간의 이해'에 대해서 신비한 감정이 많이 들었다. 함께 어우러져 상대방의 어울림 공간을 알아 가면서,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조형물을 연출해 내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참여자들은 프로가 아니기에 동작이나 연결 과정이 매끄럽지 않지만 개개인 나름의 뿌듯함을 즐기는 과정으로 이어져, 잘하지 않아도 어느 사이 집중하게 되어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지나고 보니 아쉬움도 남는다. 나는 거울에 찰싹 붙어 나 자신을 따라 하는 또 다른 내가 되어 보기도 하고, 과격한 몸짓으로 분노를 표출하거나, 나를 토닥여 보기도 하고, 공간 한쪽에 놓인 긴 벤치로 상대방을 인도해 함께 앉아 보기도 한다, 평온한 시간이다. 물의 흐름을 쫓아가다가 몸에 감기는 부드러운 물의 감촉을 기억해 냈다, 기뻤다. 연습용 바에 손을 얹어 긴장된 동작을 이어가고, 구르기를 시도하고, 마침내 신생아가 되어 마룻바닥에 태아의 모습으로 눕는 퍼포먼스를 행하기도 한다. 뱅글뱅글 돌기도 하며 내 관절과 근육, 팔과 다리를 이용해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놀라웠다. 서투르지만 충분히 흡족한 시간이었다. 내 몸이 내는 소리, '움직임' 워크숍은 결국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같이 어색해하고, 미흡해도 함께 동조해 준 참여자들이 마음에 남는다. 마음도 충만했던 그 시간을 떠올리며 다시 선한 몸짓을 지어본다.


좋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굉장한 파워가 느껴졌던 '조아라' 예술가의 말을 여기에 옮긴다. "움직이고 춤추면서 웃음이 나고, 즐겁고, 가볍고, 자유로웠던 순간을 몸에 잘 담아두세요."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사랑하고 잘 보살피면서 춤을 추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독공 : Deep Dive 2023' 

사진 출처 : '몸소리말조아라'

사진 출처 : '몸소리말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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