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스몰토크 4] ... 까마귀 언어를 번역해 드립니다
관악산 연주대 정상 중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따끈한 물을 마신다. 영하의 날씨에 관악산 꼭대기 너른 바위에서 마시는 물은 손은 시리지만 속이 푸근하다. 깔딱 고개를 헉헉거리며 올라온 산행 과정의 기쁨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컵을 들고 호호 불고 있자니 이 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기를 쓰고 오른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찰나, 까마귀 한 마리가 가뿐하게 날아와 자리 잡더니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 깍깍 소리를 낸다. 번역하자면, 이보시오! 내가 왔으니 먹을 것을 내놓으란 얘기다.
인근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던 사람들이 바나나를 부리에 물려주니 먹지 않고 바위에 그대로 둔다. "바나나 따위 탐내지 않는다, 더 달고 맛있는 당신들의 미식 생활을 내놓아라." 사람 친화적이 되어버려 이미 사람이 먹는 것에 대한 탐구가 끝난 관악산 까마귀들이다. 마침 사당 능선을 타고 막 올라온 등산객이 숨찬 것도 뒤로하고 신기해하며 치아바타 빵을 뜯어 주자 입맛에 맞지 않는지 받자마자 떨어뜨리는 이 까칠한 까마귀 씨, 카스텔라 빵은 맛있게 먹던 걸 예전에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까마귀의 행적을 알고 있다. 연주대 정상 꼭 이 자리에 어쩌다 가끔 아주 조금의 귤이나 사과를 두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날도 그 사과를 본 까마귀가 내 옆에서 경계심도 없이 사과를 쪼아 먹고 쌩하니 날아갔는데, 헐... 달콤하고 시원한 속 알맹이만 골라 먹고 껍질은 기술적으로 남기고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이미 저 멀리 날고 있는 까마귀 뒤에 대고 내가 뒷담화를 좀 했다, "귀하게 크셨나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