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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안 Sep 21. 2016

여름의 끝

는적는적한 여름 오후, 정적을 깨고 세차게 쏟아지는 소낙비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구월 끝자락. 소리 내어 불러보는 '구월'의 어감은 꽤 부드럽다, 시월처럼 선듯하지 않고 팔월처럼 분주해 보이지 않는다. 찬란했던 여름의 영광은 모두 사라지고 다음 오는 달을 맞기 위해 조용히 자리한 구월 중순.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 같은 는적는적한 여름 오후, 정적을 깨고 후드득! 소낙비가 쏟아진다. 




             

산에서 만난 녀석 '검은다리실베짱이'. 성미 급해 이르게 핀 '벌개미취'에 앉았는데 늘씬하게 예쁘다, 아! 저 쭉쭉 빵빵. 또 어떤 날 어떤 산, 녀석이 도라지 꽃밥을 막 헤집고 있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더듬이에 잔뜩 묻은 하얀 꽃밥이 참으로 가관이다. 내 아무리 벌레를 무서워해도, 지금은 내가 침입자!







           

      

 '선퇴'라 불리는 매미 껍질, 요즈음 풀밭에 가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보기엔 빈 껍질 빈 공간인 것만 같은데 양식이 될만한 것이 남아 있는지 개미는 그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보랏빛 '비비추'에 찰싹 달라붙어 햇살을 받으니 덜 혐오스럽다. 벌레를 무서워하기로는 소문난 유리안이지만 또 이것은 벌레가 아니고 곤충의 껍질이지만, 어수룩한 이 사람에겐 영락없는 벌레! 그래도 빛의 도움을 받아 용기 내어 찰칵.







양치식물 '속새'에 아슬하게 착지한 '여치'. 이 분도 여름내 한몫했다, 수고했소.





솜털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가시여뀌'



유월경부터 대략 구월까지 피어 휘어지는 유희를 즐기는 '여뀌'. 개인적인 감흥으로는 여름에 핀 여뀌보다 늦여름 끝의 초가을 분위기가 살짝 느껴지는 10월 초까지 남아서 핀 여뀌가 더 반갑고 어여쁘다. 여름을 이겨냈지만 어쩐지, 선뜻하면서 스산한 초가을 공기와 더 어울리는 식물이지 않나 싶다.





알알이 섬세한 '이삭여뀌'.





흔하게 가장 많이 군락을 이루는 '개여뀌', 꽃이 피기 시작했다.





촘촘히 맺힌 제 무게를 못 이겨 늘 휘어지는 제스처의 '털여뀌'.




             

오전에서 오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진해지며 색을 달리하는 신기한 꽃 '부용'.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린 탓인지, 한여름 네다섯 시 경에 찍어 색이 붉다. 이른 아침엔 파스텔 색조의 연분홍색이더니 저녁 무렵엔 진분홍빛 얼굴을 하고 있다, 부용의 계절 여름.







인류의 진화 과정 중 여러 종족과 유전 인자가 변화했듯이 자연의 섭리는 무궁무진하다. '풍선덩굴'의 저 여리디 여린 얇은 막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자연은.







산과 들 어느 곳에서나 피는 '개망초'의 유희. 무더위 끝에도 절실하게 피어있다. 


"우리 모두 열렬히 살았다, 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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