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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드모아젤 Feb 05. 2019

글을 쓴다는 것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월을 더듬어 보니 약 5년 정도 블로그를 썼다는 걸 알아챘다.


도쿄에 살면서 알짜배기 일본 생활 정보들을 흘려보내고만 있는 게 아쉬워 시작한 블로그는 파리 생활기록으로 바뀌어 파리 꽃 유학에 관한 몇 안 되는 정보 블로그가 되었다.


파리로 넘어오면서 해외생활 미션을 설정해 100개 포스팅을 의식하며 하기로 한지 몇 년 후, 의식하지 않고도 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게 익숙해진 나는, 덕분에 브런치에 자그마하게 내 공간을 얻게 되었다.



집으로 가는 길. 빼꼼히 에펠탑 @파리 15구. 2018


글을 쓰고 싶다는 건, 내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거라고 했다.

어쩌면 두 번의 이민, 그리고 서른의 연애를 거치면서 내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 차 있던 걸 지도 모르겠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아직도 어색할 만큼 맛깔나는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타자를 두드린다.


고단했던 하루의 마무리에서, 혹은 힘겹게 열어 보이는 아침에서 나도 함께 고생했고 고생하겠노라고.

그래서 의미 있는 하루였고 하루가 될 거라고 다독여주는 한 사람의 에세이였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글은 쓰면 쓸수록 나를 담아낸다.

더 부족한 내가 보이고 때로는 기특한 내가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루는 글을 쓸 힘이 나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하기 시작했다는 알림을 보고 힘이 나기도 했다.

내가 담고 뱉는 감성을 누군가가 봐주고 공감해주는 건, 마치 그런 나를 응원해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더 나은 글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계속 욕심을 부리고 싶다. 화려하진 않지만 꾹꾹 눌러 담은 감성으로 공감을 전달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햇살 담긴 파리의 여름 2018



달콤 쌉싸름 그녀의 봉봉


봉봉(Bon Bon)은 불어로 사탕을 뜻한다.

어릴 적부터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나지만 사탕은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무슨 사탕을 먹어도 요리 맛나고 조리 맛났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사탕의 단 맛이 존재하는구나.

그 모양도 다양해서 새로운 사탕이 발견되는 날이면 꼭 먹어봐야 했다.


먹기 싫은 음식도 사탕이 따라온다는 전제하에, 쓰디쓴 한약도 사탕 한알과 함께라는 전제하에 꿀꺽 잘도 삼켰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내가 언제 그렇게 사탕을 좋아했나 싶다.

사탕의 단 맛이 내가 아는 최고의 달콤한 군것질이었을게다.

그리고 그때는 인생이 단맛으로 가득 찬 줄 알았다.

그래서 좋아했다.


그걸 입에 넣고 오물오물 거리는 순간엔 행복했을 테니까.





어른이 된 지금, 세상에는 단맛과 쓴맛이 함께 존재하는 걸 알아버렸다.

그리고 쌉싸름한 맛의 사탕도 존재한다는 것도 함께.


엄마가 사다준 달달한 사탕만 집어 먹고 세상이 단 줄 알았던 나는 어른이 되어 내 손으로 사 먹은 이름 모를 사탕에 살짝 미간을 찌푸려보기도 한다.


어릴 적 그 순수함과 함께 먹었던 사탕 맛은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세상엔 달고 쓰고 쌉싸름 한 맛도 존재한다는 것.

그렇게 인생은 여러 맛을 달고 나와 오늘은 쓰지만 내일은 달 거라는 희망을 준다.



그래서 나의 봉봉은 인생의 맛과 닮아있다.

때론 쓰디쓴 봉봉을 먹었던 날이어도 괜찮다.

쓰디쓴 봉봉보다 단맛으로 존재하는 봉봉이 더 많으니까.


어른이 된 나는 인생은 달지 만은 않지만 쓴 날보다 달달한 날이 더 많기에 내일의 단 맛을 기대해 보겠노라 이야기하고 싶다.



당신의 하루는 달달했나요? 어땠나요.  @포르투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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