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세월을 더듬어 보니 약 5년 정도 블로그를 썼다는 걸 알아챘다.
도쿄에 살면서 알짜배기 일본 생활 정보들을 흘려보내고만 있는 게 아쉬워 시작한 블로그는 파리 생활기록으로 바뀌어 파리 꽃 유학에 관한 몇 안 되는 정보 블로그가 되었다.
파리로 넘어오면서 해외생활 미션을 설정해 100개 포스팅을 의식하며 하기로 한지 몇 년 후, 의식하지 않고도 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게 익숙해진 나는, 덕분에 브런치에 자그마하게 내 공간을 얻게 되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건, 내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거라고 했다.
어쩌면 두 번의 이민, 그리고 서른의 연애를 거치면서 내 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 차 있던 걸 지도 모르겠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아직도 어색할 만큼 맛깔나는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타자를 두드린다.
고단했던 하루의 마무리에서, 혹은 힘겹게 열어 보이는 아침에서 나도 함께 고생했고 고생하겠노라고.
그래서 의미 있는 하루였고 하루가 될 거라고 다독여주는 한 사람의 에세이였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글은 쓰면 쓸수록 나를 담아낸다.
더 부족한 내가 보이고 때로는 기특한 내가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루는 글을 쓸 힘이 나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내 브런치를 구독하기 시작했다는 알림을 보고 힘이 나기도 했다.
내가 담고 뱉는 감성을 누군가가 봐주고 공감해주는 건, 마치 그런 나를 응원해주고 있는 것만 같다.
그래서 더 나은 글을 통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계속 욕심을 부리고 싶다. 화려하진 않지만 꾹꾹 눌러 담은 감성으로 공감을 전달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달콤 쌉싸름 그녀의 봉봉
봉봉(Bon Bon)은 불어로 사탕을 뜻한다.
어릴 적부터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나지만 사탕은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무슨 사탕을 먹어도 요리 맛나고 조리 맛났다.
세상엔 참 다양한 사탕의 단 맛이 존재하는구나.
그 모양도 다양해서 새로운 사탕이 발견되는 날이면 꼭 먹어봐야 했다.
먹기 싫은 음식도 사탕이 따라온다는 전제하에, 쓰디쓴 한약도 사탕 한알과 함께라는 전제하에 꿀꺽 잘도 삼켰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니 내가 언제 그렇게 사탕을 좋아했나 싶다.
사탕의 단 맛이 내가 아는 최고의 달콤한 군것질이었을게다.
그리고 그때는 인생이 단맛으로 가득 찬 줄 알았다.
그래서 좋아했다.
그걸 입에 넣고 오물오물 거리는 순간엔 행복했을 테니까.
어른이 된 지금, 세상에는 단맛과 쓴맛이 함께 존재하는 걸 알아버렸다.
그리고 쌉싸름한 맛의 사탕도 존재한다는 것도 함께.
엄마가 사다준 달달한 사탕만 집어 먹고 세상이 단 줄 알았던 나는 어른이 되어 내 손으로 사 먹은 이름 모를 사탕에 살짝 미간을 찌푸려보기도 한다.
어릴 적 그 순수함과 함께 먹었던 사탕 맛은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세상엔 달고 쓰고 쌉싸름 한 맛도 존재한다는 것.
그렇게 인생은 여러 맛을 달고 나와 오늘은 쓰지만 내일은 달 거라는 희망을 준다.
그래서 나의 봉봉은 인생의 맛과 닮아있다.
때론 쓰디쓴 봉봉을 먹었던 날이어도 괜찮다.
쓰디쓴 봉봉보다 단맛으로 존재하는 봉봉이 더 많으니까.
어른이 된 나는 인생은 달지 만은 않지만 쓴 날보다 달달한 날이 더 많기에 내일의 단 맛을 기대해 보겠노라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