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하다 플로리스트가 된, 작가의 에세이
“1년만 다녀올게요.”
그게 시작이었다. 캐리어 하나와 시작된 나의 첫 해외 생활. 한국을 떠나온 지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일본 도쿄에 도착한 날도, 그로부터 5년 후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날도, 코끝 시린 한겨울 1월이었다.
도쿄 중심의 신주쿠에서 노란색 소부선, 주황색의 중앙선을 타면 5분 안에 도착했던 나카노 역의 어느 기숙사에 둥지를 튼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대학생 때, ‘지구별 여행자’가 되리라 마음먹고 뉴욕 여행 중 호기롭게 구입한 빨간색 샘소나이트 캐리어가 가져온 짐의 전부였다.
사실 그 가방 안에는 별게 없었을 거다. 도착한 당장에 한국 음식이 생각날 거라고, 일본식 김치는 달아서 먹겠느냐며 굳이 반찬 통에 넣어주신 몇 킬로그램의 김치와 몇 가지 반찬들, 그리고 고추장이 한편에 자리 잡았고. 겨울 옷가지와 손때 묻은 일본어 책 그리고 늘 있는 소지품 정도. 아, 내복도 있었다. 추위를 많이 타서 ‘사람 사는 데 있을 것 다 있을 동네’라도, 바다 건너 홀로 떠나는 딸 걱정에 엄마가 몰래 쟁여 넣으셨으니까.
(본문 중에서)
브런치에서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어 이 공간에서 글을 써 내려간 지 1년, 평범한 저의 지난 여정을 눈여겨봐 주신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계약과 동시에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게 되면서 예정된 출간 날짜가 무기한으로 미뤄졌고 그 시간 동안 추가 원고를 쓰고 수정하며 기다린 지 1년.
3월 26일, 드디어 그 시간들까지 엮어진 저의 첫 책이 나왔습니다.
퇴고 작업을 하고 또 하며 최선을 다 했지만 아쉬움은 군데군데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저 이겠죠.
무언가 시작할 때 그러하듯, 늘 준비되어 있는 때는 없고 최상의 상태라고 하는 건 각자의 기준에서 다르기도 하니까요.
제 이름이 새겨진 책을 내고 싶다는 막연한 버킷 리스트가 저의 이야기로, 그것도 이 애증의 파리에서 펴 낼 수 있게 되어 더 감격스러운 마음입니다.
좋은 출판사 관계자분들, 그리고 편집자분을 만나 이렇게 한 권의 예쁜 책이 완성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넘어지고 또 일어나는 홀로서기의 과정, 삶에 대한 고찰과 도전에 대한 기록들이 담겨 있는 성장에 관한 책입니다.
여전히 저는 성장하는 중이고, 또 그렇게 세월을 이어나가겠죠.
다음에 붙여질 인생의 챕터들을 이어 쓰기 위한 쉼표 같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많은 감명과 공감을 바라기보다는, 볕이 좋은 날 혹은 비가 오는 날, 무심하게 책장에서 꺼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잔잔한 여운이 남는 책이길 바랍니다.
읽어내주시는 행위로도 벅찰 겁니다.
스물여섯 도쿄로 떠나기 전과 같이 서른, 파리로의 이주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그 여정 속에는 실패와 성공, 희로애락이 담겨 있어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레이스가 이리 길다고 예상했다면 감히 시작하지 못했을 도전이었지만 한발 한발 내딛다 보니, 제 안의 용기가 더 반응해 주었고 그리하여 쌓인 시간과 감정들이 저의 이야기를 하나로 잘 다듬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작은 실패와 도전, 좌절과 환희에 대한 경험들이 모여 저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거죠.
한 사람의 에세이이며, 독백이며, 스스로 나아갈 힘을 그 안에서 찾고 있는 진행형 이야기입니다.
꽃이 그러하듯, 한 줄의 문장이라도 무심코 다가와 위로와 공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도전에 앞서 어떠한 이유로 망설이고 계신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코로나) 상황에 작은 동기부여를 불어넣고 싶으시다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계신다면, 부담 없이 읽힐 이야기들입니다.
어디에 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느냐에 대해 고민해 온 시간들이 작게나마 위로와 공감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멀리서도 응원 주시고, 저의 이야기들을 귀담아 읽어내 주시는 브런치 독자분들께 진심의 감사를 올립니다.
한 분 한 분의 메시지가 따뜻함이 되어 평범한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 책입니다.
은행나무 출판사, 그리고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를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삶이 당혹스러울 땐 이따금 제자리에 머물기도 하며 때를 기다려도 된다. 달릴 시기가오면 느슨해진 끈을 다시 조여 매고 새로운 길을 그려도 늦지 않으니까. _226p
삶을 기나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길을 잃고 헤매는 시기를 만나게 되는 건 당연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마음을 뺏겨버리는 일도 자연스러우니 그 모두를 흔쾌히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_231p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전국 온,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yes24: https://url.kr/fozc4y
교보문고: https://url.kr/b137cq
인터파크: https://url.kr/r9cqv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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