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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드모아젤 Dec 26. 2018

파리에서 메리크리스마스

1년 중 가장 바쁜 파리 플로리스트들의 크리스마스 풍경


프랑스 사람들에게 노엘은 (Noel : 크리스마스)우리의 설날 같은 큰 명절이다.

우리와 명절을 보내는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가족과 함께'라는 의미에서 오는 맥락은 꼭 우리의 대명절과 닮은 것 같다.


12월의 파리 거리


노엘 시즌이 되면 닫아두었던 지갑을 열며 각자의 사정에 맞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련 하기도 하고, 일주일 가량 바캉스를 얻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각 가정에는 다양한 크기의 트리 나무를 구매해 직접 꾸미기도 하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명절을 기념한다.

 

파리에서 몇 번의 노엘을 보내면서, 커플끼리 보내는 크리스마스, 가족과 보내는 새해보다는

프랑스의 가족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에는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풍경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올해 봉막쉐의 크리스마스 컨셉은 'Mon bon sapin( 나의 멋진 트리)' 이다


파리의 크리스마스 데코는 대형 백화점부터 시작된다.


오페라 역 근처에 자리한 라파예트 백화점과, 부자동네 7구에 위치한 봉막쉐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고 있자면 벌써 12월이 왔음을 실감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명한 두 백화점의 쇼윈도 장식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쏠쏠한 그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그 말은, 플로리스트에게 가장 바쁜 시즌이 돌아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각 분야의 업마다 바쁜 시즌이 있듯이, 파리의 플로리스트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기가 바로 겨울이다.

한국은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많이 있는 오월이 가장 바쁜 시기중 하나라고 치면 프랑스는 투싼 바캉스가 끝난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가 가장 바쁜 시기이다.

그리고 2월의 대목. 밸런타인까지 추가해서 식물을 많이 찾는 봄이 오기 전 꽃을 가장 많이 찾는 이 시기의 파리의 샵들을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Mon bon sapin  각 샵마다 쉽게 볼수 있는 트리들

12월 파리의 플라워 샵의 입구는 항상 이 트리로 가득하다.

매주 두세 번씩 몇십 개의 트리를 꽃시장에서 사입하고, 매장 입구에 가득 매치해놓고 판매하면서 배달까지 손수 플로리스트들이 담당한다.

트리는 트리 나무 등급과 크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20유로의 미니 사이즈부터 2미터 크기의  100유로까지.


파리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대게 천장이 높은 곳이 많아서 보통 2미터나 되는 큰 트리를 찾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 덕에 우리 플로리스트들은 매년 겨울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육체노동을 통한 자연 근육을 키우기도 하고 그로 인해 단단해진 팔힘으로 거뜬히 번쩍번쩍 큰 트리를 들어 나른다.


파리지앵들은 리스를 문 밖에 걸어놔요


오래된 파리의 아파트 중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작아서 계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둥글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계단을 지나치며 이웃 주민들의 집을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웃집들을 지날 때 집 문 밖에 걸어놓은 리스를 구경하는 재미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숨겨진 소소한 재미라고나 할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리스를 문에 걸기도 하며, 그 리스에 초를 꽂아 연말 모임 디너 장식으로도 사용하기도 한다.

외식보다는 홈파티를 자주 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인테리어 데코 사랑이 이 리스에도 묻어 나온다.

그래서 이 시즌이 되면 본인이 원하는 크기의 재료의 느낌의 리스를 미리 주문하는 고객들도 꽤 많다.

소소하게는 40유로부터 100유로까지 하는 리스를 본인용으로 혹은 선물용으로도 흔하게 구매하는 걸 보면 프랑스 사람들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다.



꽃 냉장고가 없는 프랑스의 플라워 샵은 그야말로 냉장고 같다.

한국의 플라워 샵처럼 플로리스트들은 난방 속에서, 꽃은 통유리의 꽃 냉장고에서 보내면 얼마나 좋으련만.

파리의 냉장고는 큰 샵에서만 두는 컨테이너 냉장고 정도이다.


파리 남쪽에 위치한 파리에서 가장 크다는 꽃 시장  '헝지스(Rungis)'에서 주 3회 정도 신선한 꽃을 사입해와 매일 그 꽃을 다듬고, 물을 갈아주는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매장은 한 겨울에도 에어컨을 작동한다.


입김 나는 샵에서 일과를 시작하고 마치는 겨울의 일상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건조함과 거칠함에 트는 손이 겨울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렇게 겨울에는 발끝부터, 스키장에서 신을 법한 방수 털신발을 시작으로 보온이 잘 되는 옷들로 겹겹이 채워 입고 거뜬히 트리를 들어도 헤지지 않을 옷으로 무장한 채로 샵에서 겨울을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들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우아한 티타임은 허락되지 않지만, 1년 중 가장 바쁜 달을 살면서 파리의 아름다운 장식과 데코레이션에 참여하는 보람이 파리의 플로리스트에게 주어진 특혜라면 특혜다.


때로는 큰 호텔의 로비 장식을, 어느 파리지앵의 럭셔리한 홈의 한 장식을, 파리의 길거리에 늘어선 상점들의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 장식을, 그렇게 각기 저마다의 다른 스타일로 파리의 겨울 장식을 담당하는 우리는 파리의 플로리스트인 거다.



노엘 시즌이 지나고, 연말 30일, 31일까지 끊이지 않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이 추운 겨울이 또 지나가면, 다른 색의 꽃들로 파리를 물들일 준비를 시작하면서 다시 1년을 시작한다.





우리의 반짝이는 네온사인이 꺼지지 않는 크리스마스 풍경과는 다른 파리의 한산한 거리의 12월 25일.

어제도 많은 꽃다발의 행복을 안겨드리며 가족의 품으로 귀가하는 파리지앵들의 행복한 미소 속에서 이브를 마감했다.


아직 크리스마스를 다 넘기지 않은 파리의 오후, 올해도 파리에서 함께 크리스마스의 저녁을 함께 보낼 지인들에게 내 마음을 꾹꾹 손편지로 눌러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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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올해도 파리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Joyeux Noël à t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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