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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에녹 Jul 23. 2024

나는 조금 더 자유로워졌다

나는 일본이 더 좋아졌다 (3)


그전에는 마음 속에 괜히 그런 게 있었다. 한국인은 일본을 마냥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일본이 우리에게 한 짓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로 인해 일본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가지는 데에도 나는 제한을 두었다. 그냥 담 너머 구경하듯 훔쳐보듯 일본이라는 나라에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며 구경하고는 했다.


이번 한 달 살기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이 부분이다. 일본의 과오는 과오고 그것이 일본 전체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지만 그것 때문에 현재의 관계를 모조리 끊어버리는 것도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그렇게 조금 더 마음의 경계를 풀고 오사카 한 달 살기에 돌입했다. 여러가지 일본스러운 문화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러한 것들에 대한 선입견을 스스로 없애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허물어진 선입견 뒤에는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일본이라는 나라의 새로운 매력이 가득 있었다. 일본을 막연히 싫어하던 마음을 바꾸고 나니 뜻밖에도 내 마음에는 자유가 생겼다. 더 마음 편히 일본이라는 나라를 즐기고 경험할 수 있는 자유 말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 중 한 제목을 기억하는가. "살던 대로 살지 않기로 결심하다." 공교롭게도 일본에서의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내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일본을 대하고 나니 자유를 얻었다. 마찬가지로 살던 대로 살지 않기로 결심하니 거기에는 뜻밖의 자유가 있었다. 더 이상 살던 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함. 무언가를 이렇게 해야 하고 저렇게 해야 하고, 그렇게 살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고 잘못 산 것이라는 잣대에서 벗어나는 자유함. 이번 여행이 궁극적으로 내게 가져다 준 것은 이것이다. 내 삶은 결코 다른 사람에 의해 정해질 수 없으며 오로지 내 삶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나 뿐이라는 것. 그리고 나를 이끌어가는 절대자 그 분 뿐이라는 것 말이다. 


오사카에서 있었던 많은 일과 경험들은 이러한 결론으로 모두 귀결된다. 아무런 준비와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난 한 달의 오사카에서 이러한 귀한 교훈을 얻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곳에서 자신이 버는 돈, 자신이 다니는 회사,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남들의 시선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자부심을 가지며 일하는 모습들을 눈 앞에서 똑똑히 보며, 성공만 좇던 내 삶의 좌표에 꽤나 큰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우연히 계획 없이 떠난 여행지에서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귀한 순간들을 만나며, 무언가를 계획하고 미리 목표를 정해두는 삶이 때로는 얼마나 부질없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내키는대로 길을 걷고 사진을 찍으며 글을 쓰는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보다 확실히 알게 되었다. 확실한 것은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나 자신을 이전의 그 어떤 내 모습보다도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돈을 벌기는커녕 모아둔 돈만 까먹고 있지만, 아주 가끔은 이런 내 자신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내 자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스러웠다. 한 달의 오사카를 통해 나는 이전보다 나를 더 깊이 만났다. 오랜 기간 헤어졌던 가족 또는 연인과 결코 헤어질 수 없는 것처럼, 나 역시 어렵게 다시 만난 나 자신과 결코 헤어지고 싶지 않다. 이것이 내가 한 달의 오사카를 예찬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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