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하는 남편, 바깥일 하는 아내

우리 부부의 매일 아침 풍경

by 김에녹

매일 아침 7시 20분, 스마트폰 알람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깬다. 7시 20분에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날 때도 있고 5분 정도 미적거릴 때도 있다. 어찌 되었든 7시 25분이면 침대에서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역시 기지개다. 침대에서 기지개를 켤 때도 있고 자리에서 일어나 서서 펼 때도 있다. 잠에서 깨지 않으려는 마음과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충돌한다. 대부분 깨야 한다는 생각이 이긴다.



화장실로 간다. 보통은 일어나자마자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본다. 하루 중 가장 먼저 하는 활동일 거다.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 일어난다. 핸드워시를 묻혀 손을 씻은 다음, 전동 칫솔에 치약을 조금 묻힌다. 밤 사이에 자고 나면 입이 텁텁하다. 이 상태로는 아내에게 말 한마디도 꺼낼 수 없다. "위이잉" 소리와 함께 3분 정도 양치를 한다. 양치를 하는 사이 잠이 조금씩 깨어간다.



화장실에서 나온다. 찬장에서 닌자 믹서 용기를 꺼낸다. 냉동실에서 아보카도 냉동을 꺼내어 용기에 조금 담는다. 한 줌 정도의 양이다. 그리고 그 용기에 정수기 물을 붓는다. 깡깡 얼어 있는 아보카도는 바로 갈면 날이 상하기 때문에 미리 해놓는 작업이다. 아내는 아침마다 호르몬 조절을 위한 스무디를 먹는다. 이전에 다니던 한의원에서 처방해 준 스무디다. 아보카도, 삶은 브로콜리와 삶은 양배추, 그리고 레몬즙 조금을 넣어 갈아 만드는 스무디다. 물도 조금 넣어 너무 질퍽하지 않게 한다. 이걸 매일 아침 만드는 건 나의 몫이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내가 보이는 작은 성의다.



그 사이 아내도 양치를 하고 볼일을 보고 나온다. 27인치 모니터가 있는 책상 앞에 앉는다. 아내는 책꽂이에서 성경책을 두 권 가져온다. 매일 아침 우리는 예배를 드린다. 아내가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던 2023년 11월부터 해온 예배다. 그땐 롱디(long distance) 커플이라 서로 매일 연락할 겸 저녁마다 화상통화로 예배를 드렸는데 이것이 우리의 루틴이 되었다. 방식은 조금씩 바뀌지만 어쨌든 매일 하고 있다. 요즘은 기도로 시작하고, 찬송가를 하나 부른 다음, '말씀노트' 유튜브에서 요약 정리된 설교 말씀을 하나 듣는다. 그리고 기도하고 주기도문으로 마무리한다. 다 하면 20분 정도 걸리는 우리의 예배다. 하루도 빠뜨릴 수는 없다.



예배를 다 드리고는 아내는 화장실로 들어가 아침 세수를 한다. 그 사이 나는 아내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도시락이라고 해서 대단한 건 뭐 없고, 과일과 빵, 샐러드 등을 챙겨주는 정도다. 아내와 나는 올해 초부터 채소 과일식의 비중을 늘렸다. 동시에 고기를 줄이고, 가공식품과 즉석식품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아내의 점심 메뉴는 대부분 과일과 샐러드, 그리고 통밀빵과 같은 것들이다. 가끔 삶은 계란도 있다. 그래서 도시락 싸는 게 어렵지는 않다. 매일 아침마다 아내에게 묻는다. "오늘은 사과, 복숭아, 포도, 참외가 있어. 어떤 걸로 싸줄까?" 그럼 아내는 그중에 마음에 드는 두세 가지를 고른다. 그것들의 껍질을 벗기고 손질하여 토끼 그림이 그려진 아내 전용 귀여운 도시락 통에 담는다. 그 작업을 하는 데에는 10분, 길면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아내는 세수를 마치고 나와 아침 화장을 한다. 대부분 여자는 출근 때마다 화장을 한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는 것 같지는 않다. 아내가 화장을 하는 동안 나는 환기를 시키거나 어젯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집 구석구석을 정리한다.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 아침 신문을 본다. 온라인으로 구독해서 보는데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를 매일 보고 있다. 보통은 한국경제부터 시작하는 편이다. 별 이유는 없다. 이전에 살던 곳이 충정로였는데, 그 앞에 한국경제 본사가 있어 괜히 더 친근하다. 신문의 3분의 1, 절반 정도를 보고 있을 때쯤, 아내는 신호를 준다. "다 됐어!" 나가자는 뜻이다.



아내의 직장은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다. 시내버스로도 갈 수 있지만 배차 시간이 길어 내가 매일 데려다준다. 직장에 다니는 아내와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아침 시간이다. 1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대화가 오간다. 전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오늘 계획하는 일에 대해 서로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금세 시간이 다 간다. 아내의 회사 주차장에는 내 차 번호가 등록되어 있다. 그래서 주차장까지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다. 회사 로비 앞에 가서야 아내를 내려준다. 마치 회장님 모시는 기사처럼. 그 또한 바깥일로 고생하는 아내에 대한 나의 최소한의 성의다. 아내와 입 맞추고 오늘도 잘 보내고 오라고 응원의 말을 나눈 뒤 아내는 차에 서 내린다. 내린 후에는 꼭 차를 보며 손을 흔든다. 나도 손을 흔들거나 미소로 답한다. 그리고 아내는 들어가고 나는 다시 주차장을 빠져나온다.






이것이 나의 매일 아침 약 한 시간 반의 풍경이다. 여느 집과는 다를 수 있는 풍경이다. 바깥 일 하는 아내, 집안 일 하는 남편. 이 상황이 그리 좋다고도 할 수는 없지만 그리 싫지만도 않다. 무엇보다도 아내가 좋아한다. 내가 집안일을 도맡아 해주어서 마음이 편하단다. "여보는 집안일이나 똑바로 해놔라잉!"이라며 귀여운 으름장을 놓는다. 네네, 분부대로 합죠. 나도 집안일이 적성에 잘 맞는다. 현대사회의 성 역할 변화는 우리 집에서부터 일어나고 있는 건가. 남들 보기에는 남사스러울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만족하는 생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