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지오 알마니 별세, 그의 죽음을 기억하며
"내가 누구냐면... 요것은 얼마니, 요것은 팔에감어, 요것은 바로사채, 요것은 구짜~ 럭셔리 강이여~"
수다맨으로도 유명했던, '럭셔리강' 강성범의 웃찾사 유행어다. 강성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멘트에 나오는 '얼마니'를 얘기하려던 것이다. 여기서 얼마니는 조르지오 알마니의 '알마니'를 뜻한다. 당시 명품의 대명사와 같은 존재, 페라가모, 베르사체, 구찌와 더불어 함께 소개되던 알마니다.
웃찾사에 럭셔리강이 나오던 시절 내 나이는 고등학생이었다. 명품에 대해 무지할 때다. 어디서 주워들은 명품이 뭐가 좋다더라, 정도는 알아가던 때였다. 알마니라는 명품에 대해 각인이 박혔을 때도 이 시기다. 아, 저 정도로 개그 소재에 활용될 정도면 모두가 잘 알고 좋아하는 명품이겠구나, 하고 말이다.
조르지오 알마니 매장을 처음 가본 건 미국 여행에서였다. 2004년 럭셔리강이 나오고 6년 뒤, 막 군 제대를 했던 나는 동생과 함께 미국 여행을 떠났다. 쇼핑 천국 미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아울렛이었다. 20대 초반의 나에게 미국 아울렛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이야기만 들어봤던 브랜드의 매장들이 전부 눈앞에 있었으니.
나보다 두 살 어린 동생과 함께 우린 아울렛을 돌아다니며 어린아이처럼, "어! 버버리다! 어! 트루 릴리전이다!"와 같은 말을, 누가 누가 먼저 말하나를 경쟁하듯 내뱉고는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눈에 들어온 건 알마니 매장. 명품으로 유명하던 알마니 매장은 알고 보니 정장으로 유명한 브랜드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당시 학생이던 우리가 알마니 정장은 살 일이 없지, 하고는 뒤돌아 섰다. 그런데 알마니 매장 옆에 '알마니 익스체인지'라는 브랜드가 있었다. 어, 이건 뭐지. 알마니 하위 브랜드인가. 동생과 나는 눈을 반짝이며 그 매장에 들어갔다. 아무리 알마니 하위 브랜드라도, 아니 하위의 하위 브랜드라도, 당시 우리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비빌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건 '90% CLEARANCE'라는 할인 매대였다.
동생과 나는 다시 한번 눈을 반짝이며 매대로 향했다. 이 정도면 우리가 비벼볼 만한 가격이었다. 그렇게 매대를 헤집고 헤집어 마음에 드는 반팔 티를 하나 구입했다. 그렇게 구입한 알마니 티셔츠 한 장은, 나 1년, 동생 1년, 한 번씩 번갈아 입기까지 했다. 대학생 시절 나름 멋 좀 부리고 싶을 때 꺼내 입던 옷, 알마니 티셔츠였다.
나에게 조르지오 알마니는 돌체앤가바나와 더불어 이태리 패션에 눈을 뜨게 해 준 사람이었다. 남성적이면서도 화려한 한 끗이 있다. 그런 그가 향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괜히 아쉬운 마음이다. 그의 이름 '알마니' 석 자에는 이처럼 나의 추억도 깃들어 있으니. 그 덕분에 이탈리아 여행까지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그의 삶이 나에게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