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찍고 더 기억하려고

스마트폰 사진첩을 정리하며

by 김에녹

주기적으로 스마트폰 사진첩을 정리한다.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좋아진 게 한둘이 아니라지만 뭔지 모를 무거움도 생겼다. 거기엔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도 한몫한다고 본다. 2007년 처음 나왔던 아이폰 1세대의 용량은 4GB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16GB가 나올 때만 하더라도 엄청난 용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16GB는 한두 사진 찍으면 다 써버릴 용량이다. 256GB가 가장 작은 용량으로 나오는 시대다.


많은 걸 기억하고자 우리는 열심히도 기록한다. 우리의 머리는 한계가 있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은 사라진다. 행복은 기억에서 출발하기에, 옛 추억을 기억하려 사진을 찍는다. 언젠가부터 기록은 현대인의 필수 요소가 되어 버렸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고 하지만, 어찌 된 게 기록 속에서 우린 더욱 허덕이는 것 같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사진을 정리한다. 하지만 그 과정은 늘 고역에 가깝다. 일단 사진을 하나씩 다 살펴봐야 하고, 성격에 맞게 분류해야 한다. 보관하지 않을 사진은 따로 분류하여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 이 작업이 만만치 않다. 열심히 고르고 골라내지만, 그렇게 몇 개월이 쌓이고 몇 년이 쌓이면 다시 수천 장이 쌓여 있다.


작업량만 많은 게 아니다. 옛 사진을 들춰보고 있자면 추억에 빠져든다. 아, 이때 이랬는데. 아, 여기 누구랑 갔었지. 사진 하나에 이런 고유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달랑 사진 몇 개 뒤적거렸을 뿐인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결국 정리는 포기한다. 분류되지 못한 사진이 외장 하드에 차곡차곡 덤핑처럼 쌓여간다.


결국 다짐한다. 덜 찍기로. 그리고 그때그때 지우기로. 사진은 정리하지 않은 집과 같다. 하루를 정리하지 않으면 다음 날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다. 매일 샤워하고 청소하는 하루의 루틴 중에 핸드폰 사진첩 정리도 넣어야 하나 싶다. 집 정리의 시작이 버리기에서 시작되듯, 스마트폰 사진첩 역시 버리기가 필수다.


어차피 사진 하나 없어도 내 삶의 명장면들은 이미 내 마음속에 잘 간직되어 있다. 그것들을 꺼내어보면 될 일이다. 그건 어떤 디지털 기술로도 구현할 수 없는, 죽기 전까지 열어볼 나만의 사진첩이 되어 있을 거다.


기록을 쉽게 해주는 스마트폰은, 기억을 더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이제는 덜 찍고, 더 바라보고, 마음으로 간직하려고 한다. 진짜 소중한 순간은 사진이 아니라, 그 순간을 느낀 내 마음에 온전히 남아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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