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정점의 집합을 따라 끊임없이 미끄러지다
사람의 생각은 너무 쉽게 극단을 향하고, 가리키다 못해 극단에 서야만 하는 욕망 덕분에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 지금과 여기를 모두 장애물로 여긴다. 이 존재는 그러기에 자신의 시공간을 자주 극단으로 만들어 스스로 정점에 위치한다. 정점이 무엇에 소속되어 있든 사람은 아무의 지배자이거나 무언가의 노예가 되어, 어느덧 끝에 서서 자신의 비참함으로 높음을 증명하고 높음으로 비참함을 자랑한다.
단, 북극이 북의 극단이 아니고 남극이 남의 극단이 아니듯이 자신이 선 곳은 끝점이 아니다. 둥근 구는 높은 점의 미끄러짐일 뿐이다. 중심으로 회귀할 수 없는 이유는 한계가 있으나 끝이 없는 지구의 곡면이 지닌 태생적 특성과 같다. 끝없이 표류하는 사람의 마음아. 놀란 눈을 감추듯 깜빡이는 의식을 가진 인간아. 너의 친구는 누구이며 네가 찾을 신은 어디에 계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