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평] 편의점 인간

지우개 인간

by 쓴쓴

하룻밤 사이 다 읽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다. '번역'된 '외국'소설이라는 이중 방지턱을 감안하면 <살인자의 기억법> 만큼이나 좋을 것이다. (살인자의 기억법도 리뷰하고 싶지만 섬뜩할 정도의 깊음을 본 것 처럼 왠지 망설이고 있다.)


섣부른 보편화는 싫지만 나름의 정리를 해보면 일본 작가들은 확실히 남다른 재주가 있다. 그들은 공들여 다룬, 혹은 다뤄야 할 무엇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독자 앞에 가져다 놓는다.


호기심이 많다면 작가가 베푼 세계에 천착할 것이고 아니어서 스쳐 지나가도 그만이다. 하지만 책을 손에 든 사람이라면 쉽게 지나치지는 못 할, 딱 그 정도의 완급조절에 능하다.


한 번 더 읽을 예정이므로 휘발성이 가득한 소감을 남긴다. 그것은 묘한 궁금증이었다. '주인공과 나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가 아니라 '나는 주인공과 왜 다르고자 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자주 떠올랐다.


아직 정리되지 못한 질문의 파편을 소개한다. '주체성과 공감능력의 상실'과 '일반과 정상이라는 폭력', 이 둘 중에 무엇이 더 인간성을 취약하게 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속성에 더 파괴적인가. 혹 저것들은 동음이의어와 같은 관계에 놓여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상한 직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