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로 가득한
필통
그것이
검은 광택으로
탁하게 물들었다
네모난 그것이
때가 탄 그것이
씻어내면
그만일지 모르겠으나
눌린 자국마다
몇 번이고 쓰다듬던
안녕이라는 무색한 손은
아리기를 몇 차례고
위로는 없었으니
들려줄 속삭임이
결코 없는 까닭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