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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거리는 쓰레기가 각종 색을 입고 매일 분리수거장에 나왔다. ‘원룸촌’에서 나온 듯한 일회용 플라스틱 더미에 근처 미술학원에서 나온 물감 따위의 도구들이 섞인 탓이었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보면 망에 담긴 재활용 쓰레기들이 마치 설치 예술처럼 보였다. 청소부의 눈이 아니라 화가의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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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슬기 씨 눈에는 버릇없는 습관이었다. 엊그제부터 온갖 벌레들이 끌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큰 개미들이 떼를 지어 오 다닌다. 그렇지 않아도 분리수거가 잘 안 되는 동네라서 신경 쓰이는데 개미까지 꼬이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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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 씨는 거리를 쓸고 닦는 일보다 분리수거장 정리가 더 보람찬 일이라고 여겼다. 구별되게 잘 정리만 해 놓으면 새벽부터 쓰레기 차가 정리된 재활용품을 수거해간다. 쓰레기를 정리한다니, 웃기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종이 한 장, 플라스틱 조각 하나도 제 위치에 놓이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아, 이런 게 직업병인가. 어느새 자신이 뿌듯한 슬기 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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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씨는 수레를 끌고 항상 늦은 밤에 나선다. 폐지가 많이 나오는 때를 고른 까닭이다. 어두운 시간을 틈타 더러운 것을 버리려는 사람들의 마음만큼이나 화순 씨의 마음도 조심스러워진다. 그래도 가끔 종이 중에는 예쁜 것들도 많다. 버리기엔 아까운 그림들 말이다. 개 중에는 질 좋은 종이도 있는데, 덕분에 두꺼운 도화지도 많이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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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슬기 씨의 뿌듯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를 괴롭히는 적수를 만났기 때문이다. 그가 경계해야 할 대상 1호는 더위도, 벌레도,‘원룸촌’ 학생도 아니었다. 가장 위험한 적은 내부에 있는 법. 일을 시작한 지 삼 개월쯤 지나서야 폐지를 줍는 존재의 정체를 눈치챘다. 그들이 지나간 곳엔 흔적만 남아서 온갖 물건들이 흩어져 날아다닌다. 그 꼴을 보고 있자면 치울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