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by 쓴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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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씨는 요즘 슬기 씨 행동이 마음에 차질 않는다. 다락방에 헌책을 한가득 쌓아 두기만 하기 때문이다. 뭐가 돈인지도 모르는 녀석 눈에 저런 노다지가 먼저 띄다니. 처음엔 대학교를 못 간 탓인가 싶었다. 책을 읽고 싶어서 저러는가….

- 슬기야, 이 책들 읽으려고 그러냐.

- 나중에 다 쓸 데가 있어.

- 아니면 좀 가져다 팔자. 저거 무게만 해도…

- 안 돼.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절대 손대지 마, 할머니.

말투조차 이리 괘씸할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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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순 씨는 오늘 낮에 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슬기 씨가 동네를 치우느라 바쁠 때다. 수레에 책을 통째로 옮겨 놓았다가 몰래 헌책방에 가져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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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햇볕에 반복되는 그 참상을 내려다보면서 슬기 씨는 이제 입에 딱 붙어버린 말을 내뱉곤 했다.

- 제길, 폐뚜기들. 가져가려면 곱게나 가져갈 것이지.

폐뚜기는 그가 만든 경멸스러운 어조의 용어였다. 폐지 더하기 메뚜기. 그들이 지나가면 땅바닥에 쓰레기 조각이 굴러다닌다. 한 곳을 깨끗이 청소하려면 못해도 두 시간은 들여야 한다. 하루를 보내며 치워 놓아도 소용이 없다. 이전으로 돌아가는 도로 아미타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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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씨는 이 동네의 유일한 서점이자 헌책방인 ‘선일 책방’ 주인이다. 장사 수완은 별로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생각한다. 남자 친구와 함께 꾸린 추억이 책방 곳곳에 서려 있어서다. 그래서 선희 씨는 책이 팔리지 않는 날이 좋다. 자신의 운명에 안도하며 하루를 대신 떠나보낸다.

책이 팔리면 슬퍼한다. 책이 떠날 때면 낯설지 않은 작별인사를 나눈다. 손님 몰래 낡은 표지를 몇 번이고 쓰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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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놀이터가 딸려 있는 공원에도 분리 수거함이 있다. 이 수거함 옆에 언제부터인가 노란 의자가 놓여 있다. 무거운 나무 조각 몇 개를 못으로 서툴게 이어 붙인 의자다. 그리고 등받이에 조금 낡은 종이가 붙어있다. <귀>. 슬기 씨는 갸우뚱했다. 버릴 가구는 주민센터에 신고해야 하는데 증명할 만한 노란 딱지도 없고 이상했다.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그냥 의자 색깔만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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