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by 쓴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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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 씨가 <귀>가 붙은 의자를 발견했던 날, 파란색 후드 티가 같이 놓여있다는 소문이 동네에 돌았다. 거기 까지면 소문도 안 되었겠지만, 그 옷을 들고 가는 남자를 보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노란 의자에 눈에 띄는 파란 옷. 그리고 그걸 챙겨 간 사람. 동네 주민들은 어쩐지 조금 흥미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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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다. 때문에 정을 붙일 것이 없었던 차에, 얘기 거리가 생겨서 다들 신이 났다. 의자에 붙은 <귀>는 무슨 뜻일까. 귀중품의 귀가 아닐까, 라는 어처구니없는 소문부터 누군가 진짜‘귀중품’을 놓고 가지 않을까, 하는 허무맹랑한 말까지 나왔다. 그러더니 귀한 물품이 나오면 자신이 선점할 거라는 김 빠진 말도 앞다투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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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 씨는 이제 겨우 육 개월쯤 바닥을 쓸고 닦았다. 아직 초보라서 쓰레기 분류작업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대충 사람 보는 눈은 익혔다. 하루는 비닐봉지에 든 쓰레기를 가져오는 어린아이가 눈에 들어왔는데 예상대로 였다. 툭 던지고 뒤도 안 보고 돌아서는 아이를 불러 세웠다.

환경미화원으로서 분리수거라는 멋진 사명을 가르쳐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손가락이 자신을 가리켰다. 어, 노란색 조끼다. 슬기 씨는 순간 멋쩍어서 자신의 작업복을 만졌다. 그 사이에 아이는 돌아서 갔다. 거 참 어린놈이. 깜짝 놀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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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한 수 가르침을 전하려던 차였지, 하고 깨닫고는 고개를 든 순간, 어린아이의 상의가 눈에 들어왔다. 파란색. 그리고 등 뒤 가방 끈 사이로 툭 빠져나온 큰 후드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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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증언은 삽시간에 퍼졌다. 파란색 후드 티를 입고 다니는 아이를 보았다는 소문은 분리수거장을 지나쳐 가는 주민들의 입을 타고 동네방네 퍼져 나갔다. 슬기 씨는 신이 자신에게 두 번째 사명을 주셨다 생각했다. 노란 의자를 버린 사람을 찾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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