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by 쓴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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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라는 말이 놀이터의 허공을 갈랐다. 믿음 씨의 읊조림이었다. 저 아저씨, 또 시작이네. 슬기 씨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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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슬기 씨는 이 동네에 앞으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거라 추측했다. 육 개월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슬기 씨의 촉은 왠지 이 일로 선희 씨에게 호감을 살 수 있을 거라 예감해주었다. 그러니 꼭 노란 의자와 관련된 사람을 찾고 말겠다 굳게 마음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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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 씨는 평소보다 놀이터 주변을 더 느릿느릿 청소했다. 조심스럽게, 혹시 누군가 주변에 무엇이라도 두고 가지 않을까 하고 서성거렸다. 그러나 매 번 허탕이었다. 노란 의자를 가져가는 사람은커녕, 새로운 물건은 도통 나타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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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씨는 오늘도 정호승의 시를 외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딱 그 구절만 맴돈다. 앞 뒤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닌가, 기억할 필요가 없는 건가. 그래서 사법고시에서 매 번 떨어졌나 보다고 자책한다. 이런 어설픈 암기력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오늘은 태희 씨가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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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씨는 정호승의 시를 좋아했다. 책방에 앉아, 다른 책 보다 시집을 주로 읽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이 구절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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