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외로움이 다시금 찾아왔다. 돌리는 발걸음을 잡아 줄 무언가가 하나도 없었다.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두려울 수가, 누군가의 신념과 빠른 결정이 그만큼 두근댈 수가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없었던 것처럼 누군가의 옷자락 하나 잡을 수 없었다. 사람의 외로움이란 참으로 잔혹한 것이다. 텅 비어버린 허무를 가득 안은 채로 나 홀로 높디높은 하늘 아래 서 있었다.
뒷담화를 시작한다. 그것이 외로움을 몰아내는 신호다. 아쉬움과 섭섭함, 새롭게 발견한 절망의 눈빛들을 교환하며 자랑한다. 나는 오늘 이만큼 괴로웠노라고, 당신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이다.
설거지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일상의 결대로 살아가고 알 수 없는 허전함을 통과의례처럼 덮는다. 어느 누구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지만, 어느 누구의 말도 떠올릴 수 없지만 그것이 당연한 듯하다. 아직은 홀로 된 자로 살기가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