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미

알쏭달쏭한 맛

by 쓴쓴

친구를 만났다. 그것이 전부였고 모두였다. 친구라는 명사와 만나다는 동사만으로 충분한 자리였다. 내가 좀 지쳐있긴 했지만, 오가는 대화 가운데 모두의 피곤이 덜어지길 바랄 만했다.


그가 처한 상황을 이해한다 하면서도 감히 공감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 언저리 어딘가에서, 대화 내내 나는 배회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넘어설 수 없는 - 피부 같은 - 어떠한 얇은 장벽에 나아갈 길을 잃고 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 여겼다.




상담을 하다 보면 경청이 몸에 밴다. 경청을 하지 않으려 해도 스며든 무언가가 먼저 반응한다. 아무래도 그것이 나를 피곤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느낀다. 그도 이만큼의, 아니 이만큼보다 더 피곤을, 삶을 느끼겠지 하고.




오늘도 날이 서늘하다. 여름이 온 지 오래지만 노을의 바람은 여전히 차갑다. 돌아오는 길, 차마 다 듣지 못한 대홧길 너머에 무엇이 있었을까 고민하다 신을 아버지라, 너희의 부모로 여기라 권하였던 이를 떠올린다. 그리고 감히 신에게 구하라던 그의 언행을 깊이 생각한다.


미묘한 어떤 것이 온몸의 끝을 건드린다.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하고, 무엇을 일으켜 세우며 또는 무너뜨리며 살아야 할까, 고민한다. 혀 끝을 스쳐 지나가는 맛이 있다. 그러자 마음이 그를 낮게 부른다. 친구야, 네 삶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