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관계의 과학

세상을 보는 눈은 다양할수록 좋다

by 쓴쓴

통계물리학이라. 조심히 유추해본다. 통계학을 떠올리면 표준편차가 포함된 그래프가 눈 앞에 그려지고, 물리학을 떠올리면 여러 가지 수식들이 그려진다. 그런데 통계물리학이라니, 이건 무슨 또 수상한 조합인가, 한다. 그런데 책을 일독하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남는 첫 느낌은, '이거 물리학 책 맞아?'라는 의문이다. 그러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물리학 지식들이 소개되던 도처에 줄을 쳤던 기억이 난다. 그러네, 이거 물리학 책이네,라고 되새기지만 무언가 찜찜하다.


이럴 때는 저자의 사려 깊은 안내서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프롤로그로 돌아간다. 통계물리학은 복잡계를 연구한단다. 문제는 복잡계가 나타나는 곳이다. 인간 세계는 물론이거니와 자연생태계까지 포함하는 복잡계의 정체가 소개된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일리 있다 여긴다. 통계물리학 연구자들은 어쩔 수 없이 기존의 물리학 세계를 벗어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연구 대상이 다양해진다. 단지 통계나 물리에 대한 선입견이 이해하는 데 문제를 약간 일으켰던 것이다.


필자의 시선은 아직 프롤로그를 벗어나지 않았다(아마도 이후에도 많이 벗어나지 않을 듯하다). 재차 봐야 읽히는 문장이 있다. 형광펜이 지나간 사이로 이러한 저자의 말이 보인다.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물리학자도 세상에 말을 한다." 이 책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물리학자도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곳엔 얼마나 지독한 편견이 깃들어 있는가!)과 그 시선엔 물리학이 근거하고 있다는, 놀라운 지점이다. 생각해보라. 책 이름이 '관계'의 과학이다.


설명을 위해 곁들여진 과학 지식보다 저자가 '살짝살짝' 소개하는 과학의 의미, 과학으로 바라본 세상에 관한 시선이 더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리학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며, 현실 세상에 대한 물리학자의 고찰이 실제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물리학'자'가 한 인간으로서 세상을 읽어낸다는 합당한 사실을 현상해준다. 그래서 이 책의 독자는 놀랍게도 하나의 눈을 얻는다. 그것은 과학의 눈이요, 또는 물리학의 눈이다.


따라서 책의 말미에서 본서는 이렇게 전한다. "물리학을 공부하라." 이는 합당하고도 뚜렷한 귀결이다. 읽는 이로 하여금 명령이 아닌 설득으로 받아들이도록, 이 책이 끝까지 달려왔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사례들을 읽어내는 물리학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과학, 관심 좀 가져볼까?' 하는 내면의 목소리와 공명한다. 우리는 언젠가라는 매 번, 그래서 결국 세상을 읽어내는 도구를 배워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자명한 현실에 '이 책 물리학 책 맞아?'라는 질문과 함께 또다시 의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물리학은 어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