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올리버 트위스트

무언가를 쓴다면 되도록 용기를 냈으면

by 쓴쓴

작품은 시대를 타고난다. 그중 어떤 이야기는 사람들의 뒤를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니다가 세상의 일부가 되고, 때로는 거울상이 되어 사람들의 얼굴을 비추고는 세상을 드러낸다. 그래서 고전이라 할 만한 글들은 인생들 살짝 앞에 서서, 마치 시대를 초월하듯이 인간의 길을 지시한다. 물론 예언서 따위가 아니기에 무언가를 미리 보여준다는 말은 아니다.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간의 손이 조금 더 좋은 내일을 더듬어 찾아내도록 도울 뿐이다.


<올리버 트위스트>도 그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마련해 준 공리주의의 식탁 위에서 그들만의 행복에 취해있는 사회를 고발하는 구빈원과 뒷골목의 이야기는 분명 '조금 더 가진 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을 것이다. 올리버와 같이 출생의 비밀을 지닌 채로, 모든 역경을 이겨내어 마침내 자본의 행복을 쟁취하는 인물은 당시 영국 사회에 얼마나 있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사람들의 뒤를 따라다니지 않는다. 자본의 논리와 그 논리의 추종자들이 만들어 낸 사회를 지지하지 않는다. 조금 가미되긴 하였지만, 올리버로 투영되는 영국 사회의 민낯을 그려내고 오물처럼 여겼을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서, 사람들의 얼굴에 거울을 들이민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은 보았을 테다. 억지로 외면하였든, 미처 알지 못했든 자신들이 사는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말이다.


이는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시대정신이니, 신념이니 하는 무언가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보장된 경제적 원천을 확보하려는 여타의 열망을 디킨스가 가지지 못했을 리는 없다. 그가 보여준 유대인을 향한 인종차별 문제는 영원히 오점으로 남아있겠지만 노동의 필요성만큼이나 천박하게 취급받던, 사회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을 바라본 디킨스의 시선도 영원하다.


그러기에 본서에서 찾는 유효한 무언가가 있다면 이것이다. 출생의 비밀을 가지지 못한 현대의 올리버가 지금도 우리 사회의 뒷골목에서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200년 전보다,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는 더 복잡해지고, 더 높은 건물들 사이로 드리워진 사람들의 그림자는 더 길어지고 깊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디킨스를 통해 알 수 있는 분명한 것이 있다면 결국 당신의 시선이 닿아야 할 곳이 있다는 사실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