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걷다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 동그란 달이 있었다. 그것이 하얗고 맑아서, 좋은 것을 박제하여 간직하고픈 오랜 인류의 습관을 쫓아 무거운 짐을 한 손에 옮겨 들었다. 그리고 마치 그것에 닿을 듯이 팔을 뻗어 사진을 찍었다. 실망스러웠다. 분명 커다란 달이 어쩐지 작아 보였다.
저곳에 있는 달은 아마도 오늘의 사람들에게 미처 다 자신을 보이지 못하고 내일의 새벽빛에 숨어들 테다. 분명 이 밤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할 보름의 달이지만, 태양의 밝음이 주는 시간의 흐름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밤은 낮이 아닌 무언가,이며 밝음의 대척점에 있는 것일 뿐이다.
굳이 위를 쳐다보지 않아도 하루를 셀 줄 알고, 때문에 밤의 광채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 우리에게 달이란 잉여의 존재처럼 보인다. 때로는 뿌연 도시의 하늘,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듯한 반사판일 뿐이다. 해가 그곳에 여전히 있으며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돌덩어리, 아주 멀리 있는 차가운 외로움이다.
그렇게 잊히는 것이 있지 않은가 생각했다. 퇴색되어 가는, 사람의 눈길이 머물렀던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리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밤의 동반자이며 모든 외로운 이의 친구였을지 모를, 어둠을 비추었던 빛은 인식의 도화지에서 지워진다.
그러나 물자체, 곧 인식의 저편에서 여전히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가 도달할 수 없어서가 아닌, 도달할 마음이 없으므로 사라져 버린 그것이 지금도 나름의 법칙을 따라 그곳에 있다. 마침내는 잊힐지라도, 영광의 빛을 잃지 않고 어둠을 가르며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폭풍의 언덕을 걷고도 결코 잊지 않았으면 한다. 땅 위의 존재로서 아픈 발바닥을 주물러도 시원찮은 고통의 나날이 밝음이 아닌, 낮이 아닌 무언가, 로 단순 규정될 수 없음을 말이다. 서서히 어두워지는 밤을 맞이하면서 점점 밝게 높이 오르는 달을 본다. 그곳에 여전히 당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