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자의 고민이었다. 페미니즘과 관련한 글을 쉬이 쓸 수 없는 까닭도 여기 있다. 누군가의 정의처럼 페미니즘은 생명체와 같은데 지금 이후로 영원할 불변의 것이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연구되고 적용된다.
'한 명의 작가로서 존재하지 남성성의 대립항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와 닿는데, 여성은 '나'로서 존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글을 쓰는 행위에서도.
이 말을 거꾸로 이해해보면, 기록의 영역만을 놓고 보아도 남성적인 게 주류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기사에도 잠깐 언급되었는데, 여성의 개인적 서사를 보편이라 말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일기나 의견이나 질문 같은 것 말이다, 여성이 쓴. 그런데 남성의 일기나 의견이나 질문은 이론이 되어 왔다. 그것이 개인적 서사여도. 특별히 나에게 흥미로운 지점은 여성의 세계에 관해 공감하는 남자의 글은 '여성스러운 남자의 글'로 평가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다시 대립항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사실 이 글을 쓴 분의 말에서 나는 슬픔을 느꼈다. 왜냐하면 남성이 쓴 이야기가 대부분인 지구 상에서 무엇을 쓰더라도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체성이 정의되지 못하고 떠다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남성들이 써온 글들이 인간 이야기의 다양성마저 선점했다는 의미다. 무엇을 써도, 이미 남성이 인류라는 이름으로, 인간이라는 대표성을 지니고 역사에 남겨놓은 것만 같은 두려움이다. 왜냐하면 기사에서도 살짝 언급되는 나는 페미니스트여야 한다는 정치적 올바름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하며, 여성이든 남성이든 자신의 성과는 관련 없이 '나'를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쓴 피부 색깔에 관한 이야기처럼, 이미 역사에 기록된 차별의 역사가 트라우마처럼 인류를 괴롭힐 테지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에 관한 긴 평론에서 클립 영상으로만 보면서 느꼈던 본인의 감탄과 희망이 비슷하게 풍겨 나고 있었다. 혐오 가득한 지구에서 누군가와 함께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전해준 드라마였다. 더욱이 새로운 가족상의 탄생을 꿈꾸게 해 주었다.
이 외에도 많은 문장이 떠오르지만 충분히 담아내지 못할 것 같아 글을 멈춘다. 다만 추천하고자 한다. 시청도 하고 평론도 찾아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