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일. 양보다는 질. 그거 니 거 아니야.

by 속삭이는 물결

어떻게 매일매일 수영 가기 싫다고 글을 쓸 수 있을까? 오늘 아침은 비교적 상쾌하게 몸을 일으켰음에도 너무 가기가 싫었다. 비가 와서, 날이 흐려서, 날이 화창해서, 가고 싶지 않은 이유와 가고 싶은 이유는 너무나도 같다. 그래도 가면 또 즐겁게 열심히 하고 올 거야, 이런 마음으로 갔다. 오늘도 지난주에 대신 오신 선생님이 오셨으면 좋겠다, 하는 기대감과 같이!


앞 시간 신규 회원이 정말 많았는지, 씻고 있는데 갑자기 우르르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수영장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건 두 번째 레인을 가득 메운 사람들. 정말 많았다. 반면 첫 번째 레인에는 세 명 정도밖에 없어서 이상하다 싶었다. 나는 첫 번째 레인에 껴서 준비 체조를 하기로 했다. 첫 번째 레인에서 발차기를 정말 못하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혼자서 아등바등거리는 팔다리 털기를 하고 계셨다. 선생님은 그걸 시키지도 않으셨는데 말이다. 그러고 나서 그 자리에 작은 거품이 일었다. 비누 거품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거품이 생겼다는 것이 찝찝해서 그 앞을 가로질러 갔다. 그 할아버지는 두 달 전부터 다니셨는데, 늘 가장 깊은 곳 대각선에 앉아서 발차기를 연습하시는 것 같다. 그게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지 알지 못하나 보다. 수영이 잘 늘지 않는 것도 고집이 너무 세서다. 선생님이 헬퍼를 차고 연습하라고 하면, 그렇게 해야 하는데, 배운 지 첫 주에도 헬퍼 차기를 거부했다. 선생님의 그런 작은 한마디 말도 모두 무시하는데 어떻게 실력이 늘겠는가? 고집을 버려야 한다. 그것도 쓸모없는 고집을.


아무튼 나도 준비 체조를 하면서 내 주변을 의식했다. 어떤 큰 움직임을 했을 때 주변에 거품이 살짝 이는 게 느껴졌다. 나도 오늘 바디워시를 충분히 씻어내지 못한 걸까? 아니면 움직이다 보면 이렇게 거품이 생기는 게 당연한 걸까?


준비 체조를 마치고 두 번째 레인으로 건너가 뒤를 돌아보았다. 저쪽에서 10만 대군이 몰려오기라도 하는 듯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레인에서 앞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된 후에 자리를 옮긴 사람들인가 보다. 아무튼 정말 놀랐다. 이렇게 많은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준비 체조를 토요일 선생님이 해주셔서 토요일 선생님이 우리를 담당할 거라 생각했지만, 토요일 선생님은 상급반으로 향하셨고, 어제 선생님이 우리를 담당하셨다. 아무래도 이 수많은 신규 회원들을 감당하기에는 선배가 낫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발차기 한 번씩 하고 왔다. 오늘은 내가 키 큰 커플에 이어 3번이었다. 지난 한 달을 같이한 (폼이 이상한) 할아버지는 옆 레인으로 (허락 없이) 넘어가셨다. 배영은 일부러 앞 분과 간격을 두고 출발했는데 계속 부딪혔다. 남자분이 "빠르시네요"하며 웃으셨다. 그리고 돌아올 때는 처음으로 킥판을 머리 위로 들고 발차기를 연습해 봤다. 접영 때는 토요일에 배운 두 발 발차기로 영차 영차.


선생님은 모두에게 서로의 속도를 아직 알지 못하니, 적당히 봐가면서 빠른 순서대로 출발하라고 일장연설을 하셨다. (원래 반에서도 교통정리 좀 해주시지... 초보 레인에선 더 열심히 설명하고 계셨다.) 뉴 페이스가 두세 분 계시긴 했는데, 대체로 아는 얼굴이었고 나는 그냥 3번이었다. 할머니 회원분들이 많아서 내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키 큰 분들이 나보다 빠른 건 당연하고. 선생님은 일단 자유형 3바퀴를 돌고 오라고 하셨다. 분명 어제도 수영을 했는데, 왜 이렇게 낯설까. 월수금은 너무 쉬엄쉬엄 하는 경향이 있어서 솔직히 운동이 정말 되지 않는다. 아무튼 3바퀴를 엄청 헉헉 대며 다녀왔는데, 중간중간에 쉬던 할머니들이 내 앞으로 껴들었다. 그랬더니 나는 분명 3바퀴를 다 채우고 돌았는데 내가 꼴찌로 들어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할머니들과 젊은 여성 한 분은 한 바퀴나 두 바퀴만 돌고 쉬시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별말 없으셔도 이제는 알아서 걸어갔다 온다.


선생님은 모두에게 자유형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다. 팔꺾기는 팔에 힘이 빠지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므로 억지로 의식하면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모두의 양팔이 짝짝이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왼팔은 이렇게 가고, 오른팔은 이렇게 가고 막 설명하셨는데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튼 그래서 고치는 방법은? 두 팔 다 양 허벅지까지 스쳤다가 움직이기다. 그리고 자유형은 길게 길게 가야 한다고도 강조하셨다. 그렇게 한 바퀴 더 돌았다.


이제 배영을 해볼 시간. 일단은 한 바퀴만 시키셨다. 시간이 벌써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피드백. 선생님은 모두가 똑바르게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저분은 왜 가운데로 오시는 건지..."라며 (사실은 샴푸, 바디 워시 안 하고 탈의실에서 수영복 입은 채로 물만 적셔서 들어오시느라 내가 거리 두기 한) 어떤 분을 지목하시길래 나는 빵 터지고 말았다. 아무튼 똑바르게 나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한다고는 알려주진 않으신 것 같다. 일단 어떤 분은 턱을 너무 든 채로 배영을 한다고 하셨고, 가슴을 활짝 펼쳐내기 위해 턱을 드는 것 같은데, 턱은 낮추고 가슴만 내밀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당사자 분은 힘드신지 선생님의 설명을 듣질 않으셨다. 이게 무슨 나 혼자 웃는 코미디야ㅋㅋㅋㅋ)


또 어떤 분들은 팔 모양이 이상하게 구부러진다고 하시면서, 그게 팔을 똑바르게 돌렸을 때 몸이 좌우로 휘청거리기 때문이며 좌우로 휘청거리는 걸 막기 위해 팔을 좁고 구부정한 형태로 움직이는 거라고 하셨다. 정석은 팔을 위로 뻗어서 글라이딩, 어깨 롤링, 뒤쪽으로 물 잡기라고. 물론 발차기가 튼튼하다면 팔로는 어떻게 해도 곧게 갈 수 있다고도 (나는 이미 수십 번은 들은 것 같은 이야기) 하셨다. 그래서 한 번 더 할 때는 출발해서 다리 여덟 번 차기, 스트로크 한 번에 다리 여덟 번씩 차기를 해보라고 하셨다. 스트로크 한 번에 여덟 번씩 차려니까 너무 헷갈렸다. 아무튼 나는 몇 주 전부터 배영이 엄청 빨라졌는데, 계속 부딪히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했다.


배영 한 바퀴를 돌고 오자마자 선생님은 저 멀리서 평영을 하라고 하셨다. 평영 나가기. 평영은 손-머리-발 순서로 움직여야 한다는 지적을 들은 이후로 계속 정체되어 있다. 아무래도 접영에 신경 쓰느라 평영은 약간 멍 때리는 상태로 연습해서 그런 것 같다. 오늘도 약간 멍했다. 의식은 나름 하려고 했는데 손 먼저, 그다음 발차기를 한 건 손에 꼽는다. 한 바퀴를 돌고 돌아오자 선생님은 모두에게 고칠 게 너무 많아서 오늘은 뭔가 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하셨다. (게다가 이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할머니가 똥 씹은 표정이 되셨다.) 그래서 일단 오늘은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하자고 하셨다. 한 바퀴 더 돌고 돌아왔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곤 모두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레인을 조금 더 구분해야 할 것 같은데, 자신의 담당 클래스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선생님과 논의해보겠다고 하셨다. 실제로 어떤 할머니가 사람이 너무 많음에 엄청난 불편과 피로를 호소하셨다. 실로.. 마치 바닷가에 온 것처럼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그리곤 한 팔 접영을 해보라고 하셨다. 남자분이 자신은 접영에 자신이 없다며 나를 2번으로 보내셨다. 나도 잘 모르는데... 한 팔 접영을 오랜만에 하는 것도 아닌데, 어제 처음 배운 팔을 어깨 선에서 리커버리 하기를 신경 썼더니, 호흡을 할 때마다 몸이 왼쪽으로 마구 기울었다. 돌아올 때는 부딪히면 큰일 나니까 조금 더 신경 썼더니 그나마 덜 기울었다. 선생님이 피드백을 뭐라고 주셨지..?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아무튼 양팔 접영을 가보라고 하셨다. 이번에는 남자분을 먼저 보내드렸다. 나는 또 양팔 접영을 할 때 팔을 평영 스트로크 하듯이 안쪽으로 모아서 뻗었다. 그래도 어쨌든 나가는진다?


선생님은 초보 레인을 봐주시다가 뒤쪽에서 나가지 말라고 손짓을 하시곤, 모두가 뒤쪽에 모였을 때쯤 다가오셔서 피드백을 주셨다. 모두 리듬은 잘 맞추고 계시는데 킥이 너무 약하다고 하셨다. 그러다 무슨 흐름이었는지 킥을 차지 않고 상체 웨이브와 팔만으로 전진해보라고 하셨다. 무슨 설명이 있었는데 이해하질 못했다. 모두들 어리둥절한 채로 팔만으로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일단 출발을 했다. 나도 모르게 계속 킥이 차졌다. 중간부터는 킥을 억제할 수 있었는데 대신에 앞으로 나가지질 않았고 몸이 점점 가라앉아서 그냥 제자리에 서게 됐다.


이미 수업 종료 시간이 되어서, 선생님은 마무리 체조를 시작하셨다. 팔로만 접영을 어떻게 나갈 수 있는지 그것을 알고 싶었지만, 다음 시간에!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다가 귀여운 할머니가 옆자리로 오셔서 같이 수다를 떨었다. 할머니가 해주신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것:

- 다 잘하려고 욕심내지 않고, 딱 하나만 잘하겠다고 정해서 거기에 집중하기

- 남들 하는 것 다 따라 하려고 하지 않고 내 체력껏 하기

- 무조건 많이 하는 것보다는, 기본에 집중하며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어떤 걸 어떻게 고쳐야 한다고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양보다는 질


그리고 내가 쭉~쭉~ 힘 있게 잘한다고도 말씀해주셨다. 선생님은 안 해주시는 칭찬. 눈물 쓱.


할머니도 따님이 한 분 계시는데,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고 한다. "그거 니 거 아냐. 니 회사도 아닌데 왜 그렇게 힘들게 열심히 해."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회사 다닐 때 그렇게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하셨다. 진짜 멋진 할머니시다! 그리고 따님과 죽이 잘 맞아서 같이 여행도 곧잘 다니신다고 한다. 그런데 여행 가서 수영을 못하는 게 아쉬워서 수영을 배우신다고도 하셨다. 그건 나랑 똑같다! 너무 반갑고 흐뭇한 대화였다. :)


내일은 수업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아침에 뭔갈 먹고 가야겠다.


쓰기 싫었는데, 억지로 이틀 치 일기를 쓴 나 너무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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