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으로 수영 가기 싫은 날. 온몸이 천근만근. 비도 올 듯 말 듯 애매한 날씨에 마음이 축축 처져서는 겨우 몸을 일으켜서 집 밖을 나섰다. 지각도 당연한 거야. 대충 도착했는데 입수하려니 8분이 지나 있었다. 응, 그래.
발차기 하나씩. 오늘은 접영 발차기도 연습해 보았다. 발등만 꾹꾹 눌러가면서.
(그리고 이 일기 너무 쓰기 싫어서 92일 차 일기 쓴 다음에 쓴다..;;)
화목토도 같이 듣던 남자분이 월수금도 신청하셔서 오셨는데, 1 레인이 너무 답답하다며 선생님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셨다. 선생님은 나 포함 두 분 다 2 레인으로 넘어가는 것이 맞는데, 저기서도 또 넘겨줘야 하기 때문에 상급반 선생님과 상의를 해보셔야 한다며 자리를 뜨셨다. 자유형 두 바퀴, 배영 두 바퀴를 돌고, 평영을 돌고 있을 때였다. 남자분이 못 참겠다며 다시 선생님을 찾아갔다. 아니, 언제부터 그렇게 잘하셨다구..ㅎㅎㅎ 아무튼 선생님은 남자분을 2 레인으로 보내기로 하신 것 같다. 나도 하던 걸 멈춰서 선생님 근처로 갔더니, 선생님이 길게 말씀을 늘어놓으셨다. 남자분은 앞으로 잘 나가시는데, 나는 그렇질 못한 편이어서 2 레인으로 넘어갔을 때의 우려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이었다. 자유형 4-5바퀴를 소화하실 수 있으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왜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2 레인으로 가셔도 되고. 그러나 가서 나 때문에 막힐 수 있으니 그것도 생각해야 하고(이건 좀 기분이 나빴다. 1 레인에선 다른 분들 때문에 매번 가로막히는데, 초보자가 나를 가로막는 건 되고 내가 다른 사람을 가로막는 건 안 되냐). 어차피 오리발 하는 날이나 다른 때엔 1 레인으로 돌아와서 연습하면 된다, 뭐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이었다. 그때 마침 이날 새로 오신 어떤 중년 여성 분이 접영까지 다 배웠는데, 평영만 하면 앞으로 잘 나아가지지가 않아서 그게 고민이라며 1 레인에서 해야 하냐고 물으셔서 설명이 더 길어졌다. 1 레인이 제일 초보, 그다음이 2 레인인데 2 레인에서 이미 오리발과 스타트까지 진도를 빼고 있고, 3 레인은 제일 잘하는 반이고, 2 레인에서 승급한 젊은 분들은 6 레인에서 하신다고 하셨다. 아무튼 나는 2 레인에서 이제 평영을 할 차례인 것 같아서, 평영을 하는 거냐고 묻고 그럼 일단 가보겠다고 했다. 그냥 단순히 나도 평영을 연습할 차례여서 그렇게 응했다.
2 레인에서 가장 잘하시는 여자분이 드디어 오셨냐며 나를 반겨주셨다. 하지만 그분은 머지않아 6 레인으로 승급하셔서 더 이상 만날 수가 없었다. 기쁨의 이별...
평영 4바퀴가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천천히'를 강조하셨다. 어떤 남자분이 자긴 평영이 느리다며 한사코 먼저 가라고 하셔서 나는 당황하며 앞서 나갔는데, 3바퀴째였나 중간에 물을 먹느라 콜록대고 있자 그분이 나를 추월하셨다. 두어 달 전부터 2 레인과 1 레인을 오가신 분은 4바퀴를 돌라고 하면 2바퀴만 돈다고 하셨다. 매우 소심한 모습으로 서 계셨다. 나도 그래서 3바퀴만 돌았다. 끼룩... 그런데 가만히 보면 남자분들을 빼고는 다들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고 그러고 있었다. 나랑 같이 승급한 남자분은 과하게 쉬는 편인데도, 뒤따라간 다른 여자분들이 매우 천천히 쉬어가며 이동하는 바람에 그게 티가 나질 않았다. 역시 키빨로 커버하는. 하, 분했다. 이상한 자세로 다리를 접었다 폈다만 하는데도 앞으로 쭉쭉 나가지다니.
그다음엔 접영이 시작됐다. 양팔이 어려운 분들은 한 팔로 하라고 하셨다. 나는 처음엔 한 팔로 하다가 그냥 양팔이지만 손은 안쪽으로 빼는 방식으로 바꿔서 나갔다. 접영은 한 번에 한 줄씩만 이동하는 모양이었다. 먼저 출발하신 분들이 저 끝에서 기다리고 계셔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다행히 아까 그분이 내 뒤에 오고 있어서 덜 쫓기는 느낌이었다. 속도 차이는 확연했지만. 선생님은 뒤쪽으로 오셔서 나의 승급 동기 남자분에게 타이밍인지 무엇인지를 설명하셨다. 그리고 그 직후였는지 반 바퀴 다음이었는지, 나에겐 한 팔 접영으로 하라고 하셨다. 잘하고 말 테다! (못하면서 말은...) 하지만 시간은 금방 지나 있었다. 2 레인에서는 한 영법을 10분씩 하는 것 같았다.
마무리 체조가 끝나자, 선생님이 나를 지상으로 부르셨다. 한 팔 접영 할 때 팔을 자유형 리커버리 때처럼 돌려선 안 된다고 하셨다. 아니.. 그걸 왜 지금 알려주시는 거죠? 어깨 옆에서 90도로 올라오기. 동작이 익숙하지 않아서 약간 어색했다. (그 와중에 남자분은 나를 흘깃 보곤 웃으면서 남자 탈의실로 사라졌는데 뭔가 얄미웠다!) 나는 한 팔 접영을 왼쪽으로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왼팔 접영은 원래 어렵다고, 자신도 어렵다며, 오른손잡이는 오른팔이 더 편하다고 하셨다. 오른팔 접영은 오른쪽을 보면서, 왼팔 접영은 앞쪽을 보면서 연습하면 된다고. 왼팔은 안 되는 만큼 더 많이 연습해야 한다고. (근데 언제 연습하죠?) 그러곤 물속에 들어가서 한 팔 접영을 해볼 거라고 하셨다. 응, 내가. 처음엔 내가 너무 힘없이 팔을 되돌린다고, 더 던지듯이 가야 한다고 하셨다. 두 번째론 엄지 손가락이 물 위를 스치듯이 움직일 것. 이 정도 피드백만 기억이 난다.
연습을 마치고 올라왔더니 선생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오늘은 1 레인에 사람이 적어서 오히려 1 레인에서 연습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그러나 1 레인에서 선생님이 교통정리를 안 해주니까 2 레인이 백 번 더 낫다.) 접영을 할 때도 올라올 때 제대로 차질 않으니 나아가질 않는다는 이야기도 하셨다. 알고 있지만... 알고 있지만... 안다고 해서 다 잘 풀리면 그게 인생이겠어요?
손이 들어갈 땐 엄지와 집게로 들어갈 것! 손바닥으로 치면서 들어가는 게 아니다.
그리고 선생님 자신도 (키가) 작지만, 내 영법이 대체로 짧다고 하셨다. 더 길게 길게 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자유형과 배영은 한 팔이 위에 있을 때, 평영은 차고 나서, 접영은 처음에 찰 때 글라이딩이 이뤄지는데 이때를 최대한 길게 활용해야 한다고 말이다. 위로가 아닌 앞으로 나가려고 계속 의식해야 한다는 것. '길게 길게'는 초반에도 정말 많이 들었던 이야긴데. 아직도 짧게 움직이고 있구나, 그냥 신체가 짧아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 글라이딩이 부족한 걸까. 뭐 둘 다겠지. 선생님이랑 서서 한 5분은 이야기한 것 같은데. 하루하고 반나절을 묵혔더니 기억이 잘 나질 않네.
아무튼 이날 (수영 때문이 아니라, 날씨 때문도 아니라) 정말 너무 힘들고 울적해서 집에 돌아와서는 우울의 바다를 허우적댔다. (혼술 유튜브 보면서 이겨낸 거 실화임?)
신장이 짧아서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