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한 주를 보낸 뒤 마침내 토요일 아침. 너어무 피곤하다. 새벽에 자다 깨서 잠을 설쳤더니 더 몸이 무거웠다. 그래도 가야지, 그래, 오늘도 갈 거야.
태양이 타오르는 하늘 아래 이렇게 미친 듯이 달려가다니. 미친 게 아닐까. 준비 체조 완료. 접영까지 발차기 하나씩 시작. 선생님이 배영 때 핸즈온을 해주러 오셨는데 갑자기 누가 내 머리를 잡아당겨서 놀라서 멈춰 섰다. 뒤를 돌아보니 선생님이 계셨고 "왜 멈추는 거죠?"라고 물으셨다. 놀랐다는 설명은 하지 않고 다시 누워서 배영 발차기를 이어나갔다. 평영 발차기는 헤드업으로 연습했다. 언젠가 떠날 바다 수영 여행을 위한 나만의 스몰 픽처. 선생님이 오셔서 발목을 잡고 앞으로 슝 밀어주신 것도 같다. (영법 연습 때 핸즈온이랑 헷갈린다.)
접영 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약간 허둥댔는데 선생님이 선두 남자분께 킥판 앞을 잡으라고 설명하는 게 보였다. 킥판 앞을 잡으면 머리를 숙일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어제 처음 배운 연습 방법으로 잠수와 입수 킥 출수 킥을 해보았는데 선생님께 제지당했다. 머리를 넣지 말라고 하시는 듯했다. 다리 킥만 차라고 하시는데 익숙하지 않은 방법이라 뒤뚱거리다 끝난 것 같다. 선생님은 한 번은 발을 잡아주신 것 같고 한 번은 골반을 높이 들어 올려주셨다. 선생님은 우리 모두의 접영 킥이 마음에 안 드셨는지 무언가 설명해주셨는데, 합쳐서 후술하겠다.
이제 자유형 3바퀴. 목요일에 배운 팔꺾기는 제법 자연스럽게 몸에 익어서 중간중간 섞여 나왔다. 선생님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으셨다. 아마 까먹으셨는지도 모른다. 글라이딩하는 팔을 앞으로 쭉 당기는 핸즈온을 해주셨다. 힘드신 분들은 2바퀴만 돌고 스타트 지점에서 서성이셨다. 모두가 돌아오니 선두에 계신 남자분이 반 바퀴 걸으라고 하셨다고 먼저 나가신다. 걷는 것도 적당한 속도로 걸어야 할 텐데, 옆 레인 상급반 분들의 접영 폼을 감상하시느라 아주 느릿느릿 움직이셨다. 어떤 할머니가 걷지도 않고 서 계신 듯하여 여쭤보니 "뭐 맨날 할 말 없으면 걸으라는 것 같아, 난 그래서 안 걸어"라고 당당히 말씀하셨다.
그리고는 배영 2바퀴만. 이것도 목요일 대강 선생님께 배운 코앞으로 팔 던지기를 신경 쓰면서 하니 훨씬 더 잘 되는 느낌이었다. 별다른 설명은 없으셨던 것 같다. 바로 평영 3바퀴. 선생님은 출발하기 전 설명을 미리 해주셨다. 손을 살짝 대각선으로 펼치며 물을 바깥 방향으로 크게 밀어내고 몸 앞으로 가져와 합장 후 뻗으며 머리 아래로 넣기, 그와 동시에 다리 차기. 나는 어쨌거나 다른 시간에 지적받은 팔 먼저, 머리 다음, 마지막에 킥 순서를 지켜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선생님은 앞에서 팔을 여러 번 잡아주시면서 내가 상체를 더 위로 들어 올려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고개만 빼꼼... 겨우 올라오는 상태다. 상체가 영 들어지지가 않는데, 어쩌지?
아무튼 그렇게 3바퀴가 끝났고, 선생님은 접영 킥을 다시 설명해주셨다. 지금까지는 엉덩이를 위로 들어 올리라고 강조하셨지만, 그게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이다. 일단 발등을 차는 힘으로 엉덩이를 올려야 하는데 우리는 인위적으로 엉덩이만 들어 올리니 웨이브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리고 무릎을 접는 방향도 잘못되었다고 하셨다. 무릎을 90도로 굽혀서 발끝이 천장으로 왔다가 출발하는 게 아니라 물아래로 다리를 집어넣고 그보다는 무릎을 덜 굽힌 상태에서 발등을 눌러 찍으며 차야 한다고 말이다. 선생님이 팔뚝으로도 시범을 보여주시고 몸으로도 해주셨는데 그땐 분명 이해가 200% 잘 되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글로 정리해 보려니 무언가 명쾌하지가 않네.
아무튼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건 지금 신경 쓸 단계가 아니니, 최대한 무릎을 펴서 발등을 내려 차는 힘으로 킥을 연습해 보자고 하셨다. 킥판 정수리를 잡고 무릎의 각도에 유의하며 킥을 연습했다. 두 바퀴 돌았으려나? 한 바퀸가?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킥판 잡고 접영 킥을 연습할 기회도 많이 없었지만, 웨이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기만 했는데, 이렇게 다리 자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나니 자유형을 연습할 때처럼 허벅지와 엉덩이가 뻐근했고 오랜만에 숨도 찼다. 선생님도 나에게 그게 맞다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오늘도 이렇게 새로운 걸 배워가다니 기쁘고 뿌듯하다! 역시 오길 잘했어. 접영 킥이 왼발 오른발 자유형 킥을 1+1처럼 양발로 하듯 합쳐놓은 것이니, 자유형 발차기와 똑같이 허벅지 힘을 주축으로 무릎 아래만 살랑살랑 움직이듯이 하면 되는 거였던 것이다. 너무 간단한 원리였는데, 그것을 잘 이끌어주는 것은 선생님의 덕이고 몫이다!
이제 한 팔 접영을 연습해 보기로 했다. 갈 때 오른팔, 올 때 왼팔. 왼팔 호흡은 자유형으로도 해본 적이 없는데 어떡하지? 아무튼 일단 출발. 두 팔은 모으지 않고 살짝 벌린 채로 출발했다. 아까 연습한 발등 힘에 주의하며 킥 한 번, 오른팔 스트로크에 킥 한 번.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거침없이 쑥쑥 나갔다. 선생님은 내 오른팔을 잡고 엄청 크고 강하게 돌려주셨다. 이렇게 크게 돌리는 거구나! 잘 깨달을 수 있었지만 혼자 할 때는 하면 할수록 힘이 빠져서 그렇게 크게는 못 돌렸다. 돌아오는 길엔 왼팔 접영을 시도했지만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는 데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숨을 쉴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오른팔 접영으로 바꿔서 했다. 앞사람도 오른팔 접영만 하길래 따라 한 건데, 선생님이 다가와서 왼팔로 하라고 하셨다. 왼쪽으로 잘 못하겠다고 하니, "편식할 거예요? 그래도 해야죠."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단호박 선생님은 내가 자기 또래인 줄 아는 것 같다. 나한테만 말이 짧음. ㅋㅋㅋ 내가 언젠가 나이 물어본다...!!) 그러곤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반 바퀴 정도 더 돌았고 마무리 체조가 시작되어 수업은 끝이 났다. 선생님은 오늘도 단호박 칼퇴!
어떤 할아버지가 나와 다른 수메 분의 접영 폼이 참 좋고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지난주에 내가 야무지게 잘한다고 해주신 할머니도 나를 흐뭇한 눈빛으로 보고 계셨다. 어르신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수영 강습 시간, 참 좋다. 오늘 선생님이 모두의 접영 킥이 좋지 않다고 말하자, 지난주에 제일 잘한다고 칭찬받은 할머니가 "저도요?"라고 묻자마자 "네!"라고 단호박 대답을 들으셔서 선생님을 흘겨보셨는데 귀여우셨다. 손주뻘 선생님에게 수업을 듣는 재미도 넘치실 것이다!
오늘 접영 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깨달아서 너무 기뻤고, 하루종일 너무 피곤해서 축 처져 있었지만, 오늘 덕분에 또 다시 새로운 한 주를 기대하게 되었다! 다음주도 다다음주도 열심히 헤엄칠 거다! 오랜만에 신이 난다! 아싸! 그 누구도 나의 수영 여정을 방해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