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때문일까? 이렇게 축축 늘어지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게. 정말 우울하디 우울한 감정에 취해 기상했다. 수업을 쨀까 말까, 깊은 고민에 들었지만 그래도 갔다. 나 자신에게 기립박수! 대단해!
오늘도 사람은 적었다. 자유형 배영 평영 발차기 하나하나 둘, 자유형 배영 평영 둘씩. 선생님도 갑자기 배영과 평영을 두 바퀴씩만 하고 접영을 할 거라고 하셨다. 나는 지금 몇 주 째 30분을 기점으로 남은 20분은 접영만 연습하고 있다. 오늘은 뭔가 새로운 걸 알려주시려나?
(너무 고된 하루를 보내는 바람에 늦게 쓰는 수영 일기..)
선생님은 킥판을 잡고 연습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킥판의 머리를 잡아 손으로 먼저 킥판을 누르고 바로 발차기를 해서 최대한 깊은 곳으로 내려가 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킥판의 방향을 살짝 틀어서 몸이 떠오르기 시작할 때 한 번 더 차서 올라오면 된다고 말이다. 이렇게 연습을 하면 킥의 세기와 강도를 높일 수 있어서 접영이 훨씬 좋아진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색함을 느꼈고 특히 킥을 차는 타이밍이 잘 와닿지 않았다. 선생님도 처음에는 킥판을 먼저 누르고 차라고 코칭을 해주셨지만, 추가 설명은 없이 계속 그렇게 연습해 보라고만하셨다. 거의 대여섯 바퀴를 돌았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하면 할수록 재미있었다. 떠오르려고 하는 킥판의 성질을 역으로 눌러가며 발차기까지 동원하는 데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킥판을 붙잡고 물아래 깊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게 꼭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대여섯 바퀴를 돌기 직전, 선생님은 무언가 부연 설명을 해주시곤(이때 뭐라고 하셨는진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아마도 앞선 설명과 비슷한 내용이었을 것 같다.) 한 바퀴만 더 돌고 앞에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기다리고 났더니 선생님이 이번엔 양팔 접영을 연습해보라고 하셨다. 지금까지 계속 연습해왔던 방식과 동일하다. 입수 킥은 최대한 깊이 들어가고 올라올 때 앞으로 나가는 힘을 느끼며 시선을 앞으로 보며 숨쉬기. 나의 문제는 가끔 시선을 까먹고 숨 쉬는 것을 빼먹는다는 것이다. 그때 선생님이 보시곤 "숨은 쉬려고 하셔야 해요"라고 하셨다. 그렇게 한 바퀴 반을 돌았던가. 킥판 잡고 연습한 덕분인지 올라올 때 킥이 더 큰 추진력을 내는 것 같았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멈춰서 다시 돌아오려고 하는데 수업 시간이 이미 끝나 있고, 나보다 접영을 먼저 배운 분이 접영을 연습하며 이쪽으로 오시는 게 보였다. 마침 선생님도 근처에 계셔서 왠지 설명을 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계속 멈춰서 기다렸다. 그분은 팔이 잘 안 된다며 웃으셨다. 나도 양팔 접영까지 연습하고 있는데 차렷 자세에서 멈추는 것까지만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그분의 팔이 잘 안된다는 말에 팔보다는 킥이 먼저 잘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자유형을 처음 배울 때 발차기 연습을 얼마나 하죠?" 그분이 "2바퀴?"라고 하시자, "주구장창 하죠. 그런데 점점 새로운 영법을 배울수록 발차기 연습을 그만큼 안 해요. 시간이 없으니까요. 배영은 배영대로 발차기 연습을 많이 해야 하고, 평영은 또 새로운 동작이기 때문에 발차기 연습을 많이 해줘야 하고 접영도 발차기 연습을 많이 해야 해요. 아까 알려드린 킥판 잡고 연습하는 걸 많이 하시면 접영 킥이 많이 좋아질 거예요. 선수들은 훈련할 때 자유형 발차기만 20바퀴씩 하면서 시작해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못하죠, 그렇게 하면 시간이 다 갈 거예요."라고 설명하셨다.
그분은 접영 스트로크와 킥의 타이밍에 대해서도 질문하셨다. 아마도 유튜브에서 보신 것 같은데, 킥과 스트로크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걸 들으셨다고 말이다. 선생님은 상급자들은 킥을 먼저 차고 팔을 하지만, 초심자들은 팔을 먼저 하고 그다음에 킥을 차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 걸 찾아보셨다가 더 헷갈릴 수도 있다고 말이다.
나는 무릎을 얼마나 굽혀야 하냐고 물었다. 올라올 때 무릎이 심하게 많이 굽혀지는 느낌이 뭔가 올바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무릎을 굽히는 건 상관이 없다고 하셨다. 올라올 때 더 힘이 들기 때문에 무릎이 많이 굽혀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아주 예전에는 들어갈 때와 올라올 때 킥을 똑같이 세게 차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바뀌었나 보다? 둘 중에 하나를 더 세게 차라고 가르치는 경우가 더 많은가 본데, 이 선생님은 둘 다 똑같이 세게 차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날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것! 올라오는 킥을 차기 직전에 발바닥이 수면 위로 살짝 보여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잘하시는 상급자 분들을 보면 발바닥이 보이자마자 머리가 나오는 걸 관찰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따가 상급반에서 연습을 더 하면 보라고 하셨다. 설명을 마치자마자 마침 마무리 체조가 끝나서, 상급자와 중급자 분들이 접영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오리발이 수면까지 떠오르자마자 머리가 튀어나오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선생님의 생중계와 함께!
이어서 중급반에서도 한 분이 접영을 연습하셨는데 오리발이 올라오지 않은 채 머리가 나왔다. "어, 오리발이 안 올라오네! 저런 경우는 킥이 충분히 세지 않기 때문이에요. 오리발이 없었다면 아마 더 못 올라왔을 거예요. 상체 힘으로 접영을 하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죠." 그만큼 팔보다는 킥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상체 힘으로 접영 하지 않기! 가 나의 목표! 선생님이 잘 이끌어주시는 덕분에 더 차근차근 완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좋은 깨달음을 얻은 뒤, 아주 고된 하루를 보냈다. 날도 무척 덥고 해가 강해서 타들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인생은 내 편! 인생도 수영처럼 흐트러지지 말고 기본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겠지. 하지만 수영의 기본기가 발차기라면, 인생의 기본기는 대관절 무엇이란 말인가. 인성 갈고닦기? 끝없는 공부? 부지런한 노동? 인생 너무 어렵다. 살다 보면 그래도 수영에서 깨달음과 기쁨을 만나는 것처럼 해 뜰 날도 오겠지.
90일 차 일기를 먼저 쓰고 89일 차 일기를 썼는데, 마침 90일 차에 발차기를 교정하는 핵심 내용을 배울 수 있어서 뭔가 운명적이라고 느꼈다! 2주 정도 더 연습하면 어느 정도 완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주부터는 접영 킥을 더 열심히 연습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