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일. 레모네이드 마시고 리프레시의 날

by 속삭이는 물결

오늘은 수영을 마치고 중요한 일정이 있어 준비하느라 늦게 출발했다. 예견된 대지각! 어차피 요 근래 학습 의욕도 많이 껐였고, 물에 몸만 담그고 올 생각이었기에 전혀 조바심이 나질 않았다.


수영장에 도착하니 9분이 지나 있었다. 그런데 웬걸, 선생님이 다른 분이다. 언젠가 꼭 배워보고 싶다던 선생님이 레인 앞에 서서 나를 맞이해주셨다. “이 레인이신가요? 지금 아마 평영 자유형 발차기 남았을 거예요!” 설명을 찰떡콩떡같이 잘해주시는 선생님께 배울 생각에 벌써 신이 났다. 서두를 것도 없는데 평영 발차기와 자유형 발차기를 신속하게, 실컷 차고 왔다.


돌아오니 선생님이 팔꺾기를 할 거라고 하셨다. 선생님들마다 스타일이 조금 다를 수 있으니 자신의 설명은 참고만 하라는 이야기부터 시작. 이 선생님은 물을 잡을 때는 팔을 꺾지 않으셨다, 속이 다 시원하다. 중요한 건 허벅지까지 내려갔다가 팔꿈치만 들어 올리는 것이다. 허벅지까지 가기도 전에 팔을 들어버리면 안 된다. 선생님이 팔꿈치를 들어 올리는 위치도 살짝 어깨 뒤쪽이어서 속이 시원했다. 지난번에는 팔꿈치를 어깨 앞에서 올리라고 어찌나 혼이 났던지. 아무튼 여기서도 중요한 건 팔꿈치를 들어 올린 다음 내 손끝을 살짝 봐줘야 한다는 것. 그때 외에는 시선을 아래로 향할 것. 킥판을 잡고 세 바퀴를 다녀오라고 하셨다.


어제 내내 오른 팔뚝이 아팠던 나는 나는 팔뚝이 아픈 건 정상이냐고 물었다. 선생님은 처음에 익숙하지 않거나 어깨 유연성이 떨어져도 아플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세 바퀴를 돌고 돌아오자 선생님이 코멘트를 주셨는데 나와 다른 한 분은 팔을 꺾은 다음 한 번 더 들어서 앞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팔꿈치를 든 그대로 앞으로 밀어서 팔을 펴는 것이라고. 이런 설명은 처음이었다. 팔을 그냥 앞으로 밀면 되는데 한 번 더 크게 돌리려고 하니까 팔뚝이 아팠던 거다. 내가 조금 빨리 도착해서 한 바퀴를 더 돌고 왔다. 그러자 선생님이 이번에는 손이 물에 쓸린다고 하셨다. 팔꿈치를 펴내려고 하니 손끝이 물에 잠기는 게 잘 느껴져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는 킥판 없이 해볼 시간. 선생님은 글라이딩의 중요성을 설파하셨다. 수영은 스트레칭 요소가 많은 운동인데 몸을 길게 쭉쭉 뻗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이다. 일단 보기에 예쁘고 폼이 잘 나와야 잘하는구나 싶다고. 어깨 롤링, 아니 어깨를 뽑아내서 앞으로 쭉 뻗는 느낌을 살려서 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킥판 없이도 세 바퀴를 더 돌았다. 중간에는 팔을 앞에서 모으지 말고 평행하게 쭉 뻗으라고도 코칭해 주셨다. 손을 모으며 연습하는 초급 방식은, 기다리는 팔이 떨어질까 봐 그렇게 하는 거라고 말이다. 지금까지 늘 그렇게 배워서 잘 바뀌진 않았지만, 일단 배운 게 어디인가!


그다음엔 갈 때 배영, 올 때 평영을 해 보는 시간. 선생님은 배영을 할 때도 어깨를 뽑아서 쭉 뻗으라고 하셨다. 팔도 물건 던지듯이 내 코 앞으로 슝 슝 던지라고 말이다. 몸 바깥으로 돌리면 그만큼 손실이 생긴다고도 하셨다. 처음에는 발차기를 다섯 번 시작해서 몸이 물에 잘 뜨는지 확인하고 시작하기. 어떤 분은 팔 돌리기를 할 때 손의 방향에 대해서 또 질문하셨다. 지난 토요일에 이어서. 선생님은 일단 처음엔 차렷 자세로 많이 해보는데 이후에 약간의 곡선을 그리듯 물을 잡게 되고, 팔꺾기가 시작되면 가슴 옆에서 팔을 꺾은 다음 손을 뒤로(?) 돌리며 허벅지 근처로 가게 된다고 말이다. 선생님의 시범은 아름다웠지만, 나는 따라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어려우신 분들은 차렷으로 하라고 하셨으니, 나는 차렷으로 했다.


그렇게 세 바퀴를 돌았다. 두 바퀴째 선생님은 나의 평영이 팔다리가 너무 동시에 나간다고 지적하셨다. 팔 먼저, 그다음 다리다. 이걸 아는데 왜 또 그렇게 되는 걸까. 세 바퀴째는 조금 더 의식해 보며 평영을 했다.


시간이 3분 정도밖에 남지 않아 접영은 한 번밖에 못할 것 같다고, 자세만 봐드리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역시 접영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우리는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이구동성으로 물었고 선생님은 양팔 접영을 하면 된다고 하셨다. 웨이브가 잘 되면 킥 한 번씩, 잘 안 되면 킥을 여러 번 차라고도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 웨이브가 잘 안 되면 시선을 이용해야 한다고도 하셨다. 처음엔 배꼽을 봤다가 다시 정면을 보고, 이렇게 시선만 잡아도 웨이브가 잘된다고 말이다. 그런데 선생님 숨 쉬는 건 안 배웠어요. 선생님이 당황하셨지만 별 수 없었다. 이미 시간이 거의 다 끝나가기 때문에 설명도 봐주는 것도 여력이 없는 느낌. 그래도 한 바퀴는 돌고 왔다. 배꼽이 보이진 않지만 마음만으로 배꼽을 보려고 하니 정말 웨이브가 잘 되었다. 그렇게 하니 킥을 차는 타이밍도 더 잘 맞는 것 같았다.


설명을 잘하시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우리에게 지도 편달을 해주시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큼한 레모네이드 같은 수업! 또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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