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일. 꾸역꾸역 겨우 헤엄치는 날

by 속삭이는 물결

또 까먹기 전에 써야 하는데. 오늘은 정말 정말 수영 가기가 귀찮고 힘든 날이었다. 어떻게 잘 참고 다녀왔을까.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고, 마음에는 무거운 짐 한 보따리가 들어앉았다. 재등록을 괜히 했나 싶기도 하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려서인지 사람 수는 더 적었다. 연습 패턴은 비슷했다. 자유형 배영 평영 발차기 하나하나 둘. 자유형 배영 평영 둘 둘 둘. 다만 선생님이 두 번째 레인에만 집중하는 게 느껴져서 집중이 되질 않았다. 기초반 레인에는 관심도 안 두시네. 그러니 사람들이 이렇게 확 줄지. 모든 수업의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다. 아무튼 언제나 그랬지만 오늘도 거의 자유 수영 느낌이다. 운동은 여전히 되질 않고.


접영 킥은 규칙도 없이 내 맘대로 연습했다. 오늘은 뭐든 하기 싫은 마음이 너무 컸다. 대충, 꾸역꾸역. 팔 따로 킥 따로도 하고, 평영 스트로크와 섞어서도 하고, 한 팔 접영과 양팔 접영도 했다. 접영을 하는데 이렇게 기쁘지 않았던 것도 처음이다. 무슨 이유에서건 크고 작은 슬럼프는 오겠지.


열혈 강의를 마친 선생님이 양팔 접영을 연습하던 내게 오셔서 지적을 해주셨다.


양팔로 물을 잡을 때 고개를 너무 일찍 들지 않기. 자연스럽게 올라오게 하기. 그렇다고 고개를 안 들면 안 됨.

양팔을 옆으로 밀어서 곡선 만들지 말고 직선 아래로 바로 당기기.

킥을 찰 때 올라간 만큼 내려가기. 가슴을 사용하기. 이때 올라오기 위해 손을 사용해도 괜찮으나, 이것은 초보 단계에서만 허용됨. 궁극적으로는 킥으로만 웨이브를 만들어야 한다.

킥을 한 번만 차고 물 잡기. 아마도 여러 번 차면 그만큼 몸이 아래로 가라앉아서 그런 것 같다.


마무리 체조를 하고 나서도 코칭을 해주셔서 반복 연습을 했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일단 그 전날 깨달은 ‘물 잡을 때 킥 차지 않음’이 계속해서 복병이다. 오늘은 한 번 차고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 서는 것만 했다. 연이어할 에너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 일은 참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작년부터 너무 절절히 느끼는 교훈. 말 한마디에 기분이 바뀌고 태도가 바뀌고 인성이 바뀌고 삶이 바뀐다. 타인의 말 한마디를 바라는 건 잘못된 거지만, 결국 더부살이하는 세상에서 그 한마디에 생기는 서운함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공감 능력이라는 역량이 필요하고, 그 힘은 역설적으로 지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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