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대지각. 빠르게 움직이면 준비 체조 끝나자마자 입장할 수 있었는데, 샤워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수메의 얼굴을 보고 반가워서 인사를 나누느라 조금 더 늦었다. 이미 자유형 발차기 한 바퀴씩 돌고 있는 2 레인 사람들. 선생님은 내게 발차기 하나씩 돌면 된다고 하셨다. 두 번이나 말씀하셨다. 선생님 얼굴을 보고 “네!”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선생님도 무척 답답할 것이다. 그런데 저 멀리 화목토를 몇 달간 같이 듣던, 나보다는 몇 개월 더 배우신 분이 보였다. 건강한 육체미를 자랑하는 그분은 늘 스포티한 수영복을 여러 복 입고 오셔서 내가 속으로 늘 부러워했는데, 한동안 보이질 않아서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지도 않고 화만 내서 그만둔 게 아닐까 혼자 추측하곤 했다.
아무튼 발차기 시작. 내 실력은 여기서 하나 저기서 하나 별 차이 없는데, 2 레인에서는 내가 느리다는 이유로 길막을 하면 안 되겠다는 긴장감에 더 힘들게 움직이는 것 같다. 굉장히 숨이 차고 멍 때리는 순간이 잦다. 그래도 발차기 땐 맨 꼴찌로 서진 않아서 여유로웠다.
자유형 4바퀴, 인데 3바퀴만 돌았다. 글라이딩에 매우 신경을 많이 쓰면서 쭉쭉 나가려고 했는데, 중간에 한 분을 먼저 보내고 나니 꼴찌가 되었다. 3바퀴를 돌고 오니 2바퀴만 돌고 서 계시는 분이 계셔서 약간 수다를 떨다 보니, 한 바퀴 더 돌고 오면 선생님의 설명을 놓칠 것 같아서 그냥 서 있었다. 그러나 설명은 없었다.
배영 3바퀴. 배영은 왠지 자신이 있었다. 배영이 조금 빠른 편인 것 같다. 그러나 돌다 보니 점점 하체가 가라앉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팔 글라이딩에 몰두하다 보니 하체를 조금 놓아버린 게 아닌가 싶다.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이 크다 보니 물도 꽤 코로 들어왔다.
배영이 끝나고 선생님은 오늘 스타트를 하는 날이라며, 스타트를 배운 분들은 올라와서 스타트를 할 것이고, 안 배운 분들은 다시 1 레인에서 평영 접영을 연습할 것이라 하셨다. 나도 스타트 배우고 싶은데 아직 때가 아니겠지, 다음 주에라도 배워보고 싶다. 꽈배기 손으로 만세를 한 뒤에 상체를 90도 정도로 접어서 조용히 퐁당 입수하던데, 생각보다 재미는 없어 보였지만, 뭐 근데 다이빙이야말로 그냥 막 뛰어들어도 상관없는 물놀이 종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나는 평영 연습. 두 바퀴밖에 돌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평영이 왜 이러지? 어제보다 더 이상해졌다. 벌써 힘이 다 빠진 걸까? 오전에 벌 화분 세 스푼이랑 아르기닌 한 알을 먹고 왔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네? 평영은 아무튼 역대급으로 이상하게 하고 있고, 시간은 어느새 15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한 팔 접영에 바로 돌입했다. 음..? 접영도 이상한 걸? 지금까지 했던 킥이 모두 무너진 것 같았다. 너무 이상해! 반 바퀴를 오른쪽 호흡으로 연습하곤 돌아올 때 왼쪽 호흡+시선 정면으로 시도해 봤는데 더 이상해져서 그냥 계속 오른쪽만 봤다. 그러고 나서 바로 양팔 접영을 시도했던가? 양팔 접영은 더 똥이었다. 킥이 왜 이렇게 무너진 걸까? 선생님이 나를 붙잡았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킥은 발등을 눌러 차야 해요. 발등을 (치는 게 아니라) 누르는 힘으로 엉덩이 허벅지를 들어 올려야 하는데 킥이 너무 약해요.” 발등을 누르는 힘이 어디로 다 사라진 걸까? 그나마 있던 힘조차 전멸. 나도 모르게 더 무릎을 굽혀서 겨우 솟아오르고 있었다.
“킥 힘만으로 머리를 들어 올려야 하는데, 지금 다리 힘이 아닌 팔 힘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죠. 팔은 차렷하고 다리로만 들어갔다가 나와 보세요. 여러 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한 번 하고 멈추더라도 앞으로 나가는 힘을 찾아야 해요” 다리로만 들어갔다가 나오려니 특히 올라올 때 킥이 얼마나 약한지 잘 알 수 있었다. “안 올라와지죠? 킥이 그만큼 약하다는 거예요.”
또 한 번은 “앞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박치기를 한다는 느낌으로 솟아올라보세요. 점프하듯이.”라고 하셔서 박치기를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약했다. 아무래도 아침밥을 안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접영이 이렇게 체력이 많이 필요한 영법이었다니. 얼마 전 내게 접영을 포기하라고 말해준 분이 있다. 하면 할수록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잘 알겠는데, 나는 절대 포기 안 해! 함부로 포기하라 마라 하지 마!
아, 머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할 때 킥을 차야 한다고도 하셨다. 나는 너무 아래에서 킥을 차고 있었는데, 이건 알면서도 잘 고쳐지지가 않았다.
나는 킥판을 잡고 지난주에 처음 배운 크게 웨이브 타는 연습 방법을 시도해봤다. 어머, 이게 웬일? 지난주에는 킥판을 잡고 웨이브를 타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선생님의 눈에는 힘이 너무 모자라 보일지라도)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흥겨웠건만, 오늘은 웨이브가 뚝뚝 끊어지고 올라오는 킥을 하는 느낌이 전혀 나질 않았다. 맙소사!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한 바퀴를 마저 채우곤 다시 한 팔 접영을 연습했고, 양팔 접영도 연습했다.
아, 이번에 한 팔 접영을 연습할 때는 선생님이 왼팔이 계속 떨어진다며, 왼팔도 앞으로 쭉 밀어줘야 한다고 코멘트를 주셨다. 왼팔이 주가 되어 웨이브를 탄다는 느낌으로 손짓을 보여주셨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코어 힘에 집중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마무리 체조도 끝나고, 연습을 더하면서 비슷한 코멘트를 더 얻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기력이 하나도 없는 느낌. 비가 와서 그런 걸까? 선생님은 탈의실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집에서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일단 책이나 무거운 생수병을 들고 차렷 자세에서 만세 자세까지 두 팔 들어 올리기. 그런 다음 만세에서 다시 양 옆으로 팔을 내려 허벅지까지 돌아오기. 아무래도 내 팔 힘도 너무 약한가 보다. 이 퉁퉁한 팔뚝이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니, 분하다.
나는 킥은 어떻게 연습하냐고 물었다. 늘 물속에 있을 순 없으니 말이다. 그랬더니 의자 같은 데 앉아서 다리를 들고 자유형 발차기를 연습하라고 하셨다. 접영 발차기도 비슷한 방식으로. 배와 어디(까먹음?) 힘으로 접영 킥을 해야 한다고도 하셨다.
선생님은 내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집에서라도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물속에서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서 바로 늘지는 않으니 지상 훈련을 해줘야 한다고 말이다. 내가 아침밥을 먹지 않는다고 하니, 밥을 안 먹으면 힘을 더 내지 못할 거라고 하셨다. 사람들이 속이 더부룩해질까 봐 등등의 이유로 식사를 하지 않고 수영을 오는데 식사는 꼭 해야 한다고 하셨다. 어휴.
그러나 아무래도 오늘이 무슨 날인 듯, 체력 소진으로 집에도 겨우 왔는데, 일부러 끼니도 일찍 챙겨 먹었건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루 종일 기진맥진하여 축 늘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더위 탓이 큰 게 아닐까 싶다. 정작 더위는 못 느끼다가 오후 늦게 에어컨을 틀었는데 약간 몸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았다.
두 가지 운동을 조금씩 해봤는데, 개같이 힘들다. 페트병에 물 채워놓고 운동해야지 해놓고 몇 주째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던 걸 어떻게 아셨을까. 아무튼 정말 힘들다. 아침으로 먹을 만한 것도 없고, 뭘 먹으려면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휴! 벌써부터 큰일이다!
접영을 배우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그래도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