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리발 하는 날이다. 그래서 1 레인에 가서 연습해야지 싶었다. 그런데 오늘 담당 선생님이 안 오신 게 아닌가. 오리발 안 끼더라도 뒤에서 따라가 볼까? 2 레인 반이지만 오리발 할 때마다 1 레인으로 내려오시는 분과 눈빛 교환을 하고 있었더니, 어떤 남자분이 노란 통에서 맞는 오리발을 찾아서 끼고 하라고 하셨다. 오늘 대신 진행을 맡아주신 선생님도 그러라고 하셔서 오리발 시착 시간을 가졌다. 일단 사이즈 맞는 걸 찾는 게 중요하지만, 모두 더러웠다. 버려진 건지 원래 이렇게 곰팡이가 가득한 채로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맙소사! 내 발에 살짝 크듯이 맞은 건 다크한 민트색의 독어스러운 브랜드 이름이 적힌 오리발이었다. 디자인은 문양도 없이 깔끔했고 모두 롱핀이었다.
선생님이 그 정도 크기면 맞다고 하셔서, 오리발을 신고 물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오리발은 벗으라고 하셨다. 다시 보니 다들 오리발은 타일 위에 올려두고 움직이고 계셨다. 킥판 잡고 발차기 대신 자유형으로 웜업! 벌써 너무 힘들었지만 수면 부족 누적이라는 악수를 만든 건 내 탓이다. 한두 바퀴를 돌고 나자 이제 오리발을 착용하고 킥판 잡고 발차기를 한다. 오리발을 신고 걷는 건 너무 힘들었다. 거대하고 무거운 비늘이 다리에 꽂혀 있는 느낌. 겁이 나서 뒤쪽에 서서 따라갔다. 드디어 첫 움직임!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발등을 계속 펴다 보니 발목도 뻐근해왔다. (벌써..) 무게 덕분에 움직임은 무척 둔해졌는데, 신기하게 속도는 두 배는 빨라졌다. 다리에 힘을 잔뜩 준 채로 버겁게 움직이는데 속도가 빨라지니 신기했다. 두세 바퀴 돌았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리발을 신고는 뒤로 걸어야 한다. 너무 재밌는 광경이다. 옆 레인에서 뒤로 걷는 걸 본 적이 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앞으로 걸으려면 통제가 안 되는 롱핀의 저항이 너무 심해서 바보처럼 움직이게 된다. 뒤로 걸으면 발뒤꿈치 뒤로는 아무것도 없으니 저항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반 바퀴를 기점으로 돌아올 때는 걷기가 정말 힘들었다. 평소에도 이 방향으로 걷는 건 정말 고역인데, 엉덩이를 과하게 빼고 상체를 크게 꿀렁이며 겨우 걸었다.
선생님은 배영 3바퀴? 4바퀴를 하라고 하셨다. 결론만 말하면 나는 너무 힘들어서 한 바퀴를 덜 했다. 사람들이 출발하는 걸 보니 엎드려서 자유형으로 나가선 몸을 훽 돌려서 배영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게 특별한 기술이 있어서라고 생각해서 나는 평소와 똑같이 타일을 잡고 천장을 보며 출발했다. 그런데 그렇게 출발하니 유선형도 잘 안 만들어지고 글라이딩도 형편없었다. 오리발을 장착하고 나니 무거운 다리에, 몸을 띄우기가 더 힘들어서 아주 고역이었다. 그럴수록 코어 힘에 집중하며 열심히 했다. 끝나곤 또 뒤로 걷기.
그다음엔 한 팔 접영이었다. 접영을 처음 배울 때 오리발을 활용하면 그 느낌을 찾기 좋다고 하던데, 오리발을 착용함으로써 무언가 달라지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그냥 평소랑 똑같은데 다리가 훨씬 무겁고 더 빠르게 도착했을 뿐. 아무튼 나는 한 팔 접영은 잘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번엔 갈 때 양팔 접영, 올 때 자유형. 선생님은 나와 다른 한 분이 양팔 접영을 해본 적 없는 줄 아셨는지, 그냥 한 팔로 하던 걸 양팔 같이 해보면 된다고 시도해 보라고 하셨다. 양팔 접영도 잘 되는 느낌이었다. 평소라면 팔이 훨씬 물속에서 움직였을 텐데, 오리발 덕분에 조금 물 위로 올라오는 것 같기도? 양팔 접영은 맨 뒤에서 모두가 기다려야 해서 늦게 가면 엄청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더 급한 마음으로 돌진하면서 가니까 잘되는 것 같기도 했다. 자유형도 빠르게 움직여 빠르게 도착했다. 하지만 체력 소모는 3-4배쯤 더하다. 지금까지의 연습이 쌓이고 쌓여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시계를 보니 5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선생님은 아무 말 안 하셨는데 사람들이 오리발을 벗기 시작해서 나도 따라 벗었다. 이제 뭘 하려는 거지? 선생님은 오리발을 벗고 평영 두 바퀴 다녀오라고 하셨다. 오리발을 벗고 나니 다리가 둥둥 떠 있는 느낌이 났다. 벌거벗은 느낌. 꼭 무거운 2kg짜리 모래주머니를 달고 수영을 한 것 같다. 어색한 느낌이 너무 짙은데 몸에 힘은 다 빠져서 도저히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평영은 한 바퀴 반만 돌고 그냥 파전이 됐다. 마침 마무리 체조가 시작되었다.
죽을 뻔했네. 오리발을 가져다 놓고 양팔 접영을 약간 더 연습하다가 수영장을 떠났다. 오리발을 차고 하니 발목에 피로도가 장난 아니게 쌓였다. 왜 발목의 가동성과 유연성이 그렇게 중요한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계속 발등을 편 상태로 움직이다 보니 꼭 토슈즈를 신고 발레를 하는 것 같다. 오리발은 수영계의 토슈즈다. 토슈즈만큼 아니 그 이상 비싸기도 하고, 포인트 워크만큼 힘들고 고되다. 오늘은 롱핀을 신었지만 숏핀을 신고 하면 어떨지도 궁금하다. 다음 주 금요일에도 오리발을 신어 보길 기대한다.
그런데 오리발은 왜 신는 걸까..? 특히 스노클링 할 때 왜 다들 오리발을 신고 있는 걸까? 이 힘든 걸 굳이 왜 차고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